대법, ‘강제징용 피해 책임’ 일 기업 후지코시에 배상 판결

히타치조선 징용 피해자들은
일 기업 공탁금 첫 수령 가능성

대법원이 일본 군수 기업 후지코시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5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 김옥순 할머니 등이 후지코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 3건의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8000만∼1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할머니 등은 1944∼1945년 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 된 뒤 일본으로 끌려가 후지코시 공장에서 탄피와 항공기 부품 등을 만들었다. 이들은 2013∼2015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히타치조선 등을 상대로 한 총 6건의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패소한 일본 기업들이 현재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히타치조선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일본 기업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3일 히타치조선 피해자가 히타치조선의 법원 공탁금을 압류해 달라고 낸 압류추심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 정부로 송달되고, 이 송달 증명서를 근거로 담보를 결정한 서울고법의 담보 취소 결정을 받으면 피해자들이 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히타치조선이 피해자들에게 5000만 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히타치조선은 이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뒤 배상금 강제집행 정지를 청구하면서 담보 성격으로 60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한 바 있다. 이는 일본 강제동원 기업이 한국 법원에 돈을 낸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정부와 한국 기업이 대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