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위소문 내 악질상사 낙인…‘직장 역갑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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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여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부하 직원이 사내 회식 자리에서 지난 3년간 A 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울음을 터트리고 무단결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2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후임'이라고 답한 직장인이 11.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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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상대인 척 한밤중 메시지
유부녀 상사에 장난 애정 고백도
후배 통제 못해 무능한 사람 인식
상급자 피해 7년전比 4배 늘어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여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부하 직원이 사내 회식 자리에서 지난 3년간 A 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울음을 터트리고 무단결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상조사 결과 허위로 밝혀졌지만, 부하 직원은 이미 퇴사했고 그에게는 ‘악덕 상사’라는 낙인이 찍힌 뒤였다.
40대 직장인 B 씨는 여성 후배가 밤중에 불륜 상대인 척 보낸 메시지 때문에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을 뻔했다. 짐을 싸 친정에 간 아내에게 해명해 줄 것을 요청하자 ‘술에 취해 장난한 것일 뿐’이라며 거부했다. 기혼 여성인 C 씨는 10살 이상 차이 나는 신입 남성 직원에게 애정 고백을 받고 며칠 밤잠을 설쳤다. 고민 끝에 후배를 불러 타일렀지만 “친구들과 취업 축하 파티를 하다 고백 내기를 한 것”이라며 “장난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세요”라는 답을 듣고 속을 끓였다.
2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후임’이라고 답한 직장인이 11.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피해자의 상당수가 부하 직원이기는 하지만, 열 명 중 한 명은 A·B·C 씨처럼 거꾸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같은 조사(2.7%)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직장인 1200명을 상대로 한 이 설문조사 결과는 ‘후임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 사례 분석 연구’에 담겨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후임 갑질’의 유형은 뒷담화 및 허위 소문 퍼트리기, 허위 갑질 신고 및 신고 협박, 문제 발생 시 책임 전가, 단체 행동, 성희롱 등 다양했다. 후임의 괴롭힘은 업무적으로는 지시를 거부하거나 지시받은 일을 고의로 마무리하지 않고 방치해 중간 관리자인 상급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급자들이 무리를 지어 따돌리거나 성희롱을 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특히 허위 신고 피해자는 ‘30대’와 ‘여성’에 집중됐다.
소위 ‘을질’을 당한 상급자는 법의 보호를 받기도 쉽지 않다. 2019년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줄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다. 하급자라도 상급자보다 나이·성별·숫자에서 우위에 있다면 원칙적으로는 가해자가 될 수 있지만, 사회통념상 실제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위 만만한 선배를 골라 갑질을 하는 것”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은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신고할 생각조차 못 하고, 조직 내에서 ‘후배 하나 통제 못 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중견기업 회사원은 “직장 내에서 하급자의 거짓으로 피해 호소를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며 “오히려 상급자가 ‘더 이상 엮이기 싫다’며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강한·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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