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이라던 지자체, 예산이월 또 수천억

김대우 기자 2024. 1.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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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감소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에 집행하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한 예산 규모가 각각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시가 지난해 집행하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한 예산이 146개 사업에 3168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지난 2022년 6201억 원(566건)의 예산을 회계연도에 집행하지 못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881억 원(527건)을 사용하지 못해 올해로 이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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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넘기는 예산 매년 반복
인천, 1조696억원으로 최고치
광주, 도시철도 사업비 또 넘겨
행정·보상절차 지연 주요원인
“예산집행 세부계획 부실” 지적

광주 = 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전국종합

세수 감소로 재정난을 호소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에 집행하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한 예산 규모가 각각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은 1회계연도만 효력이 있어 당해 편성한 예산은 당해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각 지자체의 예산 이월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절차 지연 등 불가피한 면도 있으나 세부 계획 없이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지자체 흐름도 대규모 예산 이월에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시가 지난해 집행하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한 예산이 146개 사업에 316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월 예산 중에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관련 사업비가 1470억 원으로 전체 이월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시는 2022년에도 도시철도 2호선 사업비 3800억 원을 포함해 7010억 원(302건)을 사용하지 못하고 2023년 예산으로 이월했다.

국가재정법에 불가피한 사유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할 경우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지만, 문제는 이월 예산 규모가 너무 크고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는 올해 예산 부족으로 국비 보조사업비 중 시 부담액 1764억 원과 재난관리기금조성 등 필수경비 3197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부족한 예산을 채우기 위해 2100억 원의 지방채도 발행해야 한다. 시 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3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이월하는 것은 예산 편성과 집행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계약이나 보상 등이 지연되면서 불가피하게 이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전년보다 이월 규모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광주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시는 지난 2022년 6201억 원(566건)의 예산을 회계연도에 집행하지 못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881억 원(527건)을 사용하지 못해 올해로 이월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농소∼강동 간 도로개설 사업비 470억 원 등 3170억 원(161건)을 집행하지 못해 올해로 넘겼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특별회계인 경제자유구역 사업 규모가 큰 인천시는 지난해에 쓰지 못하고 올해로 이월한 예산 규모가 1조696억 원(392건)으로 조 단위를 훌쩍 넘는다.

각 지자체의 예산 이월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토지 보상 등 행정절차가 지연돼 공사 기간을 제때 지키지 못하거나 계획 변경 등으로 사업이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사업 설계단계부터 예산 집행 세부계획을 부실하게 세운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광주시의회 특별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사전 절차 등을 충실히 이행해 세밀한 예산 집행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서둘러 예산 먼저 세우고 보자는 기류가 팽배하다”며 “가령 용역 준비 단계인데도 이미 공사비가 책정돼 있는 사례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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