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탈당 “민주당 ‘왕조’형 사당으로 변질”···야권 제3지대 신당 합류 예상

전병헌 전 의원이 25일 “‘왕조’형 사당으로 변질된 가짜 민주당을 떠나보낸다”며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전 전 의원은 친이재명(친명계) 김병기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 도전장을 냈지만, 당 예비후보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다. 전 전 의원은 제 3지대에 ‘빅텐트’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탈당파 제3지대 세력인 새로운미래나 미래대연합 합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37년 몸 담은 민주당을 떠난다. 저와 전·현직 구의원을 비롯한 1000명의 당원은 오늘부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것”이라며 “‘더불어 민주당’은 ‘더이상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민주당의 행태를 유신독재에 빗대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통합 논리는 유신독재와 판박이”라며 “유신정권은 ‘거악인 김일성에게 대항하려면 오직 총화단결만이 살길’이라며 다른 주장은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유신독재를 경험했던 분들은 낯설지 않은 기시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에 실패한 민주당은 반성과 전열 정비는커녕 이재명 대표를 앞세운 친명 십상시들이 당권장악에만 몰두하며 다른 소리, 바른 소리를 탄압을 해왔다”며 “유신독재 방어와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말로는 통합을 내세우면서 잠시라도 2선 후퇴하라는 3총리와 원로중진, 당내 인사들의 상식적인 목소리조차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공천 과정을 두고도 “철저한 ‘사천’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예비후보자검증위 단계부터 온갖 구실을 갖다 붙여 변칙과 반칙에 골몰하고 있다. 예비검증위는 공관위가 아니다”라면서 “기계적·기술적 검증 기능만을 가진 기구였기 때문에 그동안은 존재감조차 없던 기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수식어로도 친명 지도부의 특혜와 반칙의 본색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예비후보자 심사부터 ‘사천’과 ‘망천’으로 시작한 민주당은 민주적 공정성이라는 정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대표를 둘러싼 여러 ‘십상시 집단’의 아첨경쟁이 민주당을 ‘왕조형 사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향후 제 3지대 빅텐트 구축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전 의원은 이날 탈당 선언 후 기자들에게 “(거대 양당이) 서로 총선앞두고 치열한 공성정 벌이고 있는데 텐트 가지고서는 틈바구니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견고하고도 튼튼한 진지 구축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개별적으로 접촉도 하고 만나가면서 제3의 길이 단순히 그냥 민주당도 싫고 국민의힘도 싫은 사람들을 모이는 그런 정당이 아니라 그야말로 ‘아, 이래서 이 당을 찍어야지’하는 그런 정당으로 세워나가는 데 숨은 역할이라도 해야되겠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국민의힘 주류의 개혁신당과 야권 신당의 합당을 두고 “저는 최종적으로는 함께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먼저 미래대연합이나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걸로 보인다. 이날 전 전 의원의 국회 기자회견장 예약은 미래대연합의 김종민 의원이 했다.

전 전 의원은 민주당 내 추가 이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통성과 김대중·노무현 정신과 가치를 사랑해서 합류했던 수많은 후배 의원들이나 현역의원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