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 ‘비공개’ 모두 이유공개...이재명 급습범만 사유 미적시 논란

2024. 1. 25. 11: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0년여간 경찰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다가 비공개로 결정된 27건 중, 그 사유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는 '0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급습한 피의자 김모(67) 씨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그 사유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안따라 고무줄 지적 지속

지난 10년여간 경찰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랐다가 비공개로 결정된 27건 중, 그 사유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는 ‘0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급습한 피의자 김모(67) 씨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그 사유에 대해서도 ‘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강병원 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각 시도경찰청에서 열린 77건의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정 가운데 피의자 신상 비공개 결정이 내려진 건은 27건이었다. 이중 비공개 사유가 적시되지 않은 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상이 비공개된 27건 중에서는 ▷2차 피해 우려 ▷피의자 또는 피해자의 인권침해 소지 ▷공익이 크지 않음 ▷우발적 범행 가능성 등이 그 사유로 제시됐다. 특히 ‘범행의 계획성이나 범행수법의 잔인성이 부족’하거나 ‘주취상태로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등 계획범죄가 아닌 우발범죄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이 이뤄지는 경향성이 두드러졌다. 또 비공개된 27건 중 1건(성폭행 및 성착취물 구매·소지 혐의)을 제외한 26건은 모두 살인사건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결정이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살인과 살인미수,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한해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건은 4가지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 피의자가 범인이라 볼 만한 충분한 근거, 국민 알권리와 재범방지 효과 등 범죄 예방의 공공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이 명시돼 있지만 신상공개 여부 기준이 사안마다 고무줄이라는 지적도 지속돼 왔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비공개한 사건 중에는 2018년 한 환자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병동에서 주치의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도 포함됐다. 당시 신상정보공개심의위는 비공개 이유로 “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국회는 의료인을 향한 폭행 등을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재범 방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또 2명을 살해한 2019년 서울 고시원 살인사건에 대해서 심의위는 ‘공익보다 피의자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판단해 피해자 숫자가 복수인데도 신상이 비공개되는 결정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씨에 대한 신상 비공개 결정도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고, 미성년자가 아니고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상황에서 현장 사진이나 영상 증거가 많아 범인이라고 볼 만한 근거도 충분하다는 지적에서다.

또 그동안 비공개 사유로 자주 등장했던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범죄였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도 비공개 결정에 비판 지점이 되고 있다. 아울러 외신이 이미 실명을 밝히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김씨 실명이 노출·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공개하는 것이 실효성 차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특히 비공개 결정뿐 아니라 사유를 밝히지 않은 점도 논란을 키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모두 알려진 사실을 경찰만 공개하지 않고, 불필요한 논쟁을 낳고 있다”면서 “그동안 언론에 이미 신상이 공개된 경우 공개 결정을 내려 왔던 사례에 비춰봤을 때도 경찰이 이번에는 상당한 정무적 판단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그동안 신상정보공개위원회의 공개·비공개 결정 이후 요지를 공개해 왔으며, 이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의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과 범죄 중대성 부분이 공개 요건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는 비공개 결정 이유 요지를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 등에서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