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열심히 살았지만 남은 건 노쇠한 몸뚱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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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심(나문희 분)은 파산 위기에 몰린 치킨 사업을 살려 달라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미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에게 쏟아부은 은심.
화가 치민 은심은 집에 놀러온 고향 친구이자 사돈인 금순(김영옥 분)과 집을 나간다.
나문희와 김영옥은 실제로 20대부터 쌓은 우정 덕분에 영화에서 소꿉친구 같은 찰떡궁합 케미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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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한국 노년의 현실 담담히 담아
배우 나문희·김영옥의 ‘진한 우정’ 케미
“너는 내가 돈으로 보이니?”
은심(나문희 분)은 파산 위기에 몰린 치킨 사업을 살려 달라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미 대부분의 재산을 아들에게 쏟아부은 은심. 남은 건 집 한 채와 파킨스병 뿐이다. 그런 그에게 아들은 집과 보험금을 내놓으라 한다. 화가 치민 은심은 집에 놀러온 고향 친구이자 사돈인 금순(김영옥 분)과 집을 나간다. 그러고선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고향, 평산으로 내려간다.
고향에 사는 금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순의 아들 역시 자기 식구들을 위한 아파트 한 채라도 마련하고 싶다며 금순의 집을 탐낸다. 마을에 대형 리조트를 짓겠다는 대기업에게 맞서는 동네 주민들과 달리 금순의 아들은 하루 빨리 집터가 대기업에게 팔리기를 원하는 눈치다.
이마저도 고향 친구들 사이에선 나은 편이다. 또 다른 고향 친구인 청자는 자식들에 의해 강제로 요양원에 보내졌다. 손발이 결박된 채 침대에 누워 지내는 청자. 그는 “여긴 집이 아니야. 숨 쉬고 있어도 숨 사는게 아니다”라며 절대 요양원으로 오지 말라고 울면서 당부한다.
영화 ‘소풍’(사진)은 고향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내려가 삶의 끝자락에 선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의 신작이다.
‘소풍’은 큰 틀에서 은심과 금순의 진한 우정을 그린다. 자식들은 독립시키고 배우자는 떠내보낸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는 유일한 친구다. 고향에 내려간 이들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되찾는다. 나문희와 김영옥은 실제로 20대부터 쌓은 우정 덕분에 영화에서 소꿉친구 같은 찰떡궁합 케미를 자랑한다.
“인생이 소풍인데, 갈 때도 그랬으면 좋겠어.”
영화는 두 친구의 우정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고 씁쓸한 노년의 삶을 조명한다. 평생 동안 가족에게 헌신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노년이 되니 남은 건 집 한 채 정도와 급격히 쇠약해지는 육체 뿐인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은심은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오른손을 떨고, 금순은 심해진 허리병 탓에 거동이 어려워진다. 결국 자다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 그럼에도 불편한 몸 탓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금순과 은심은 결국 이불 위에서 서글프게 눈물을 흘린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미래이기에 영화의 이러한 장면들은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다.
나문희는 “작품의 이야기가 현실과 아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옥은 “자식 세대가 이 작품을 많이 보고 어떻게 대처해서 어른들이 편하게 살다 가게 해주면 좋을지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속내 두려움을 다루는 것도 현실적이다.
뇌종양을 앓는 태호(박근형 분)는 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평생을 헌신한 막걸리 양조장과 집이 리조트 대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리조트에 다 팔면) 내가 없어지는 것 같고 내 흔적이 사라지는 것 같아.”
김 감독은 “(작품의 이야기가) 나에게 다가올 미래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노년의 일상을 ‘소풍’으로 다루면 정말 좋은 작품을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에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영화 주제곡으로 더해지면서 영화의 여운을 강하게 남긴다. 2월 7일 개봉. 113분. 12세 관람가.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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