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영업익 두자릿수 시대 열어…RV집중·지역특화로 최대실적

김보경 2024. 1. 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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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치고 영업익 2위 유력…고부가가치 브랜드 자리매김
북미·유럽서 전략형 모델 성공…전기차 내세워 올해 매출 100조 목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2위 완성차업체 기아가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기아는 고금리 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레저용 차량(RV) 집중 및 지역별 특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1년 만에 또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회사는 올해 경쟁 심화 등 부정적 경영 여건에 맞서 전기차 등 고수익 차종을 다수 출시해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아 양재동 사옥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업익 삼성전자 제쳐…이익률도 '톱티어'

기아는 25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3%, 60.5% 증가한 99조8천84억원, 11조6천7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도 3.2%포인트 오른 11.6%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최대인 2022년 실적(매출 86조5천590억원·영업이익 7조2천331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1944년 창사 이래,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의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이다.

기아가 각각 10조원과 10%를 넘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조 단위 기준)과 영업이익률, 이른바 '더블 디짓' 실적을 올린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기아는 지난해 매월 1조원가량의 수익을 남겼는데, 그 결과 '만년 1위' 삼성전자(잠정 영업이익 6조5천400억원)를 제치고 상장사 영업이익 2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 밖에도 완성차업체로는 이례적으로 12%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나타내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브랜드와 함께 수익성 면에서 글로벌 '톱티어'에 오를 전망이다.

기아 [AFP=연합뉴스]

RV 중심 체질개선 통했다…친환경차 비중↑

기아는 유럽, 북미에서의 판매 증가와 RV, 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량을 중심으로 한 믹스(차량용 구성 비율) 개선으로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가성비가 아닌 '제값 받기'가 가능해진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자동차 선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아의 부상을 놓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온 RV 집중 및 지역 맞춤형 전략이 성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조원 넘는 적자 상태로 현대차에 인수된 후 2000년대 중후반까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당시 기아차 대표에 오른 정의선 현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아의 체질을 RV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기아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69%까지 뛰어올랐다. 현재 판매되는 기아 차량 10대 중 7대는 RV라는 뜻이다.

기아가 현대차와의 합병 직후 승용 모델 라인업을 강화해 2010년 중반까지 승용차 판매 비중이 60% 이상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탈탄소 흐름에 맞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한 것도 최대 실적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기아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으로 이뤄진 친환경차 부문에서 57만6천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2% 증가한 수치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2.3%포인트 늘어난 19.1%를 기록했다.

기아의 높아진 위상은 세계적인 권위의 자동차 상 수상에서도 나타난다.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9은 이달 초 '2024 북미 올해의 차' SUV 부문을 수상했다. 이로써 기아 브랜드는 자동차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북미 올해의 차에서 8번째로 상을 받았다

특히 2020년부터 5년간 3차례나 수상했는데, 1994년 이래 북미 올해의 차를 3차례 이상 수상한 완성차 브랜드는 기아를 포함해 7곳에 불과하다.

기아 EV9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미·유럽 전략모델이 최대실적 견인

RV 중심과 더불어 지역별 맞춤 전략도 지난해 기아의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지역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기아는 미국(69만4천대→78만2천대), 유럽(54만3천대→57만2천대)에서 전년 대비 각각 12.8%, 5.4%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형 모델을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

기아는 2019년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북미 전략형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했다.

세련된 디자인에 3.8L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이듬해 '2020 세계 올해의 차'로 뽑혔고,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작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유럽에는 준중형 해치백 씨드와 차체를 줄인 준중형 SUV 스포티지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 회사는 지난해 유럽에서 형제기업인 현대차(53만4천170대)보다 많은 57만2천29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울러 기아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패밀리카를 선호하는 인도에서 셀토스, 쏘넷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였고, 그 결과 지난해 25만5천대의 판매량으로 6%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기아 1~5세대 스포티지 [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매출 100조 시대 연다

기아는 창립 80주년을 맞은 올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작년보다 3.6% 많은 32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매출은 1.3% 증가한 101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3.4% 늘어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놨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가 있지만 EV9에 더해 EV3, EV5 등 중소형 전기차를 내세워 친환경차 시장 리더십을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기아 송호성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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