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점유율의 시대는 끝났다”… SK하이닉스, 깜짝 실적 이끈 AI 메모리의 힘

황민규 기자 2024. 1. 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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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023년 4분기 영업익 3460억원
HBM 매출 규모 사상 첫 1조원 돌파 추정
“점유율 대신 AI 메모리 업체로서 입지 강화”
SK하이닉스 PKG(패키징)팀 직원이 작업하는 모습./SK하이닉스 제공

지난해 사상 최악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올해 본격적인 반등을 예고했다. 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한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과 고용량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마이크론보다 한 발 더 빠르게 AI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구조인 범용 메모리 중심 사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군과 고객사 맞춤형 메모리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투자 효율성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과 같은 다운턴(down turn)을 경험한 이후로는 설비투자와 관련해 과거와 다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제는 (시장 점유율을 위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수익성이 보장된 영역, 확실한 경쟁 우위가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HBM 매출 최초로 1조원 돌파… 실적 기여도↑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영업손실 1조9122억원)와 비교해 흑자전환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앞서 증권가에서 전망한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이 600억~17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AI 서버와 모바일용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특히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1조원 규모에 올라서면서 실적 기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BM 매출은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며 기술 차별화의 이익 기여 실체화를 증명했다”며 “이 같은 스페셜티 D램의 압도적 격차는 올해 내내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양산하고 있는 HBM3. /SK하이닉스 제공

지난해 메모리 업계 대규모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구공정(레거시) 제품 재고 수준도 크게 해소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상한 고객들이 구매 수요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재고 수준이 낮았던 PC와 모바일 고객사 중심으로 다시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2023년 내내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했고, 3분기부터는 판매량이 생산량을 상회하면서 하반기에 개선세가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재고정상화 시점까지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이어갈 것이고 D램은 상반기 중, 낸드는 하반기 중 정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 물량 경쟁 대신 수익성으로 승부… HBM 초격차도 유지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하며, 감산도 구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HBM을 비롯해 고용량 DDR5 D램 등 선단 공정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중 본격 양산이 시작되는 ‘HBM3E’(5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사 기반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속속 HBM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은 속도, 발열제어, 파워 등 전반적인 제품 특성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같은 신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시장”이라며 “SK하이닉스는 단순히 제품의 개별 특성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회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HBM3E 제품의 경우 양산 준비가 되고 있어서 상반기 중 공급 예정이고, 다양한 HBM 제품을 통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CSP(클라우드서비스기업), 칩셋 업체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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