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나눠 먹고 의석 챙기자” 병립형 불 때는 민주

이슬기 기자 2024. 1. 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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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기하고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3지대 신당이 난립하는 가운데, 비례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 원내 1당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도부 내에서 우세하다. 다만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이 주도한 연동형 비례제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어서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비례 의석의 30%만 소수 정당 몫으로 떼어놓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당 의원총회에선 선거제 안건이 비공식 의제로 다뤄진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본회의 전 의총이고 선거제 때문에 잡힌 회의도 아니라 공식 안건에 오르진 않았지만, 관련 사항 보고와 자유발언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당 안에 병립형 회귀에 대한 반발이 꽤 있지만 현실적으로 선거를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들이 많다”며 “위성정당 없이 연동형만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현행 선거법상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준연동형 비례제’로 선출한다. 우선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 수를 미리 나눠 정한 뒤 ▲전체 지역구 당선자 수가 여기에 못 미치면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거대 정당 입장에선 지역구 당선자가 많이 나올수록 상대적으로 비례 의석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제도는 양당의 독식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늘리자는 명분으로 민주당이 주도해 2020년 21대 총선 때 처음 도입됐다. 다만 연동형은 30석에만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을 적용한다. 병립형은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의석 수와 상관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과거 20대 총선 때까지 계속 적용해왔던 제도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병립형이 최선이라는 방향으로 군불을 때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의총을 하루 앞둔 전날 페이스북에 “다른 당을 도울 만큼 민주당이 여유롭지 않다”며 “총선은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치하 총선 승리가 선(善)이고 패배가 악(惡)”이라며 “총선은 최대 의석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며, 선거제도는 선악이 아닌 게임의 룰”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었다. 이후 김부겸 전 총리 등 야권 원로와 당 소속 현역의원들이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인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 전 총리는 병립형 회귀가 “국민 배신”이라고도 했다. 진보 진영 소수정당도 원내 진입에 유리한 현행 유지를 원한다. 그러나 신당 난립으로 1석이 아쉬운 상황이 되자, 결국 병립형 회귀로 힘을 싣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여야 합의를 거친 병립형 회귀가 ‘리스크 최소화’라는 말도 나왔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며 또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보단 여야가 책임을 나눠 진다는 측면에서 비판 여론이 덜 할 거란 주장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 관계자는 “제3지대 등 정치 상황도 크게 변했고 정권 심판 여론도 강하니 욕 한번 먹고 병립형으로 돌아갈 명분이 있다”고 했다. 또 “위성정당은 당내 의견도 분분하고 여당과 합의도 안돼서 리스크가 더 크다”고 했다.

거대 양당에선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 거론된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소수정당을 우대하는 병립형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도는 ▲전국을 3권역(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눠 ▲단순 병립형을 적용하되 ▲비례 의석 47개 중 30%(15개)만 소수정당 몫으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거대 양당이 나눠먹는 방식이다. 소수정당 배려라는 최소한의 명분과 의석이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병립형이 전제된 권역별 비례제는 국민의힘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성실하게 협의에 임한다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 협의할 의향은 있다”고 했다. 병립형으로 돌아갈 경우, 거대 양당은 제3지대 신당의 확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위성정당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여기에도 위험 요소를 피하면서 실리도 챙긴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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