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파 간부 탈당, 의원직 사퇴해야”… 日 자민당 최대파벌 ‘급전직하’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의 최대파벌로 당당한 위세를 자랑했던 아베파가 급격한 추락을 맞고 있다. 비자금 조성 파문에 따라 파벌 해산을 이미 결정했으나 보다 확실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이다. 

NHK방송은 자민당이 26일 소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아베파 소속 상임위원장 대부분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입헌민주당 등 4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 의사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비자금에 관여했다면 직책을 그만둬야 한다”며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운영이 평소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자민당 최대파벌인 아베파가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파벌 해산을 결정했다. 사진=TBS 화면 캡처

아베파 소속 스에마츠 신스케(末松信介) 참의원 예산위원장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다. 스에마츠 의원은 2018년부터 5년간 584만엔(약 5200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위원회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참의원 예산위 외의) 다른 위원회에서 어떻게 할 지는 국회 관계자들과 의논해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아베파 간부들을 겨냥한 탈당, 의원직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들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경위, 관여 여부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은 데 대한 부정적 여론, 당내 비판을 고려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파벌 좌장이었던 시오노야 류(塩谷立) 전 문부과학상,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등 아베파 간부들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징계를 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아베파 간부들이 처분을 받지 않고 당에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3일 아베파 간부들의 처분에 관한 질문에 “관계자에게 명확한 설명 책임을 다하게 한 뒤에 당으로서도 대응을 생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파에서는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을 돌려주고, 이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례가 잇달아 발견됐다. 이 때문에 아베파 의원 3명이 기소됐으나 같은 의혹이 제기된 아베파 간부들은 회계 책임자와 공모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형사책임을 면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