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상속세 낮춘다고 해소될까 [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올해 들어 여기저기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려옵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코스피는 홍콩H지수와 상해종합지수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내다보니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열린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도, 또 며칠 뒤 민생토론회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지난해 개장식에 이어 올해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전념할 것을 강조했고요.
지난 23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 간담회를 열고 올해 업무 방향 중 가장 중점으로 둘 핵심 과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제고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Valuation)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공모펀드를 포함한 장기 직·간접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또한 적극적으로 건의한다는 계획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을 의미합니다. 한국 상장 기업들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수준, 즉 주식 가격이 내재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2022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해 유가증권시장의 투자지표를 5월2일 종가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코스피200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로 집계됐습니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23개 선진국의 전체 평균 PBR 2.9배와 24개 신흥국 평균인 1.6배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미국(4.2배), 중국·일본(1.4배), 대만(2.2배), 태국(1.9배)보다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200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도 11.3배로 선진국 평균(17.9배)과 신흥국 평균(12.5배)을 모두 밑돌았고요.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불투명성, 저조한 성장성 등이 꼽힙니다. 무엇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대부분 상장사들의 행태, 즉 재벌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 합병, 알짜 사업을 떼어 상장하는 물적분할,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 거래 등이 반복되면서 일반 주주의 권리를 훼손하는 문제가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산적해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직접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배당 성향을 높여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식으로요.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뭘까요? 윤 대통령은 민생 토론회에서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면서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다른 방향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관행 해소와는 다소 상충되는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세제 혜택을 제공해 증시 진입 부담을 줄이는 것도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될 수는 있겠으나 이는 '겉핥기식' 대처에 불과할뿐더러 상속세와는 더욱 관련이 없는 것이죠.
지난해부터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 제고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문공시 확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등을 시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기업의 인적·물적분할 후 재상장 심사 시 소액주주 보호방안 마련 여부를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긴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인 주주환원 수준을 높이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선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만 개선해서 될 문제도 아니고요. 올바른 방향으로 법 제도 개선을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의 인식 전환, 관행 개선을 유도해야 천천히 바뀌어 나갈 수 있겠죠. 상속세 개혁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주주들에게 환영받을 정책이지 개인 투자자를 위한 길이 아닙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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