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자국’ 남았을 뿐인데 앞에서 프러포즈까지… 시카고 뜻밖의 명소된 이곳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쥐구멍’이 뜻밖의 명소로 떠올랐다.
2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단지 덜 굳은 시멘트에 설치류가 빠지면서 생긴 자국으로 추정되는 이곳이 명소가 된 건 지난 6일 예술가이자 코미디언인 윈슬로우 듀메인이 엑스에 올린 글 때문이다. 당시 듀메인은 ‘쥐 자국’이 남은 바닥의 사진과 함께 “시카고 쥐구멍을 순례해야 했다”는 글을 올렸는데, 해당 게시물이 알고리즘 등을 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00만회 이상 조회됐고, ‘좋아요’는 13만5000개를 넘겼다.
해당 자국은 로스코 빌리지 지역의 웨스트 로스코 스트리트 1900 블록 남쪽, 월콧 애비뉴 동쪽의 인도에 자리잡고 있다. 최소 20년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해당 쥐구멍에 쥐(rat)와 도로 위 파인 구멍을 뜻하는 ‘팟홀’(pothole)을 결합해 ‘랫홀’(Rat Hole)이란 이름을 붙였다. 네티즌들은 랫홀에 직접 찾아가 구멍에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거나 쥐 인형, 꽃, 양초 등을 놓고 오기 시작했다.
이후 CBS·N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주요 언론도 랫홀을 조명하면서, 조용하던 시카고의 보도는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심지어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거나, 결혼식을 올리는 연인도 생겼다. 이외에도 구글에 랫홀을 검색하면, 랫홀 자국 그대로 문신을 새기거나 티셔츠를 제작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 정치인도 이 같은 인기몰이에 동승했다.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앤 윌리엄스는 랫홀을 이용해 자신의 지역구 홍보에 나섰다. 윌리엄스는 지난 10일 엑스에 올린 홍보 영상에서 “이 지역구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정말 많다”며 “멋진 바와 레스토랑, 아름다운 동네, 상징적인 리글리 필드, 그리고 물론 시카고 랫홀도 있다”고 말했다.
쥐구멍 하나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해 NYT는 “시카고는 최근 9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쥐가 많은 도시로 선정됐다”며 “시카고 시민들은 이를 일종의 ‘상징’으로 즐기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몰린 인파에 소음공해 등 불편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지난 주말은 나와 내 이웃에게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며 “20년 전부터 있던 쥐구멍에 사람들이 몰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거 아닌 자국이 인터넷으로 인해 너무 멀리 와버렸다. 모두가 이를 값싼 마케팅 등에 활용하려고 한다. 제발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에 현재 랫홀을 메꿔버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4년째 인근에 거주 중인 제이콥 킹은 “시가 쥐구멍을 없애주기를 기대한다”며 “인터넷에 빠진 사람들이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누군가 랫홀을 시멘트로 메워버리기도 했다. 다만 완전히 굳기 전에 한 주민이 껌칼로 시멘트를 전부 파내면서, 랫홀은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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