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로우는 옐레나보다 김연경에게 도움될까 [발리볼 비키니]
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던 옐레나(27·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내보내기로 한 것.
대신 ‘빅 유닛’ 랜디 존슨(61)의 딸로 유명한 윌로우(26·미국)가 외국인 선수 자리를 채웁니다.
윌로우는 과연 옐레나가 해내지 못했던 ‘김연경 도우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정답에 다가가려면 일단 옐레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아웃사이드 히터를 예전에 ‘레프트’라고 부른 이유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트 왼쪽에서 주로 공격하는 선수니까 말입니다.
옐레나와 윌로우는 예전에 ‘라이트’라고 불렀던 오퍼짓 스파이커로 뜁니다.
그러면 옐레나도 주로 오른쪽에서 공격했을까요?
옐레나가 코트 왼쪽과 오른쪽에서 비슷하게 공격을 시도한 이유는 ‘로테이션’ 순서 때문입니다.
흥국생명은 기본적으로 김연경과 옐레나 사이를 ‘한 칸 띄워서’ 코트에 내보내는 팀입니다.
예를 들어 17일 장충 GS칼텍스전 4세트 때 흥국생명은 김연경 → 이주아 → 옐레나 → 레이나 → 김수지 → 김다솔 순서로 선발 오더를 짰습니다.
상대 팀 GS칼텍스는 김지원 → 유서연 → 권민지 → 실바 → 강소휘 → 오세연 순서로 오퍼짓 스파이커 실바와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붙어 있었습니다.
두 선수가 모두 전위에 있는 랠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충실하면 되는 것.
이를 뒤집어 말하면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는 랠리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 됩니다.
흥국생명을 이끄는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과 옐레나가 모두 후위에 있는 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서 두 선수를 한 칸 띄어 배치했던 겁니다.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으면 팀 공격 전체가 엉망이 되니까요.
스크롤을 올려서 확인해 보시면 두 선수가 모두 후위에 있을 때는 전위 왼쪽이 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연경이 후위 공격 효율 1위(0.311) 옐레나가 3위(0.303)인데도 이 로테이션 순번에서 공격에 유독 애를 먹은 이유입니다.
물론 아본단자 감독도 이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김연경은 “전체 연습량을 100으로 보면 후위 공격이 50을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김연경과 대각에 서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받쳐 주지 못하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라운드 때까지 11.3%였던 레이나의 공격 점유율은 4라운드 들어 24.5%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다만 같은 기간 공격 효율은 0.263에서 0.217로 내려왔습니다.
4라운드 때 흥국생명(0.266)보다 팀 공격효율이 떨어지는 팀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0.201)밖에 없습니다.
결국 흥국생명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2라운드 이전에 옐레나가 그랬던 것처럼, 오퍼짓 스파이커가 자기 몫을 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간 흥국생명은 승점 30(11승 1패)으로 2위 현대건설(승점 26·8승 4패)에 한 경기 이상 앞선 리그 선두였습니다.
3라운드 이후 옐레나의 공격 효율은 0.218로 떨어졌습니다.
4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이제 흥국생명(승점 50·18승 6패)은 현대건설(승점 58·19승 5패)에 세 경기 가까이 뒤진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김연경은 1, 2라운드(0.358)와 3, 4라운드(0.365) 모두 공격 효율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혼자 팀 공격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요컨대 윌로우가 1, 2라운드 때 옐레나만큼만 해줘야 흥국생명은 5, 6라운드 때 반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5라운드 중반 톤(40·캐나다)을 대니(37·크로아티아)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져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흥국생명이 2020~2021시즌 도중 루시아(33·아르헨티나) 대신 선택한 브루나(25·브라질)는 결국 V리그 역대 최악의 외국인 선수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윌로우는 과연 대니와 브루나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선수가 될까요?
본인도 한국에 이름을 남길까요? 아니면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아빠만 유명한 선수로 남을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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