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투자상품판매 제도개선 착수…떠오르는 ‘자기책임’ 원칙[머니뭐니]
영국 RDR규제 등 해외 사례 집중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변수로 떠오르나
[헤럴드경제=강승연·홍승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관련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위한 첫 발을 뗐다. 해외 금융기관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여다보며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되, ‘자기책임 원칙’도 주요 고려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부터 투자상품 판매 제도 개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사태 이후 파생상품이 내재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일정수준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율하고,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하지만 공모펀드에 해당하는 ELS에서도 대규모 손실사태가 터지자,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방침을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우선 해외사례를 뜯어보고 있다. 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는 영국의 RDR(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 규제다. 영국에서는 2001~2002년 25만명의 투자자에게 총 50억 파운드에 달하는 프레서피스 본드(3~5년 만기까지 10% 수준 이자를 주는 채권)가 팔렸는데, IT 버블이 꺼지면서 기초자산이 됐던 FTSE, 닛케이, 나스닥 등의 주가지수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입었다.
이후 영국은 RDR 규제를 도입해 투자상담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상품 제조사로부터 어떤 형태든 수수료를 수취하는 걸 일절 금지했다. 또 일반투자자가 규제대상의 상품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상담을 받을지, 안정성이 검증된 상품에 대해서만 상담을 받을지 등 상담의 프로세스를 세분화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에선 투자상품 판매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적합성 테스트를 해야한다”며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알고 든 게 맞는지 계속 봐야하고 적합성 보고서를 감독당국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모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 원칙도 고민거리다. 이번에 문제가 된 홍콩 ELS 상품 가입자 중 재가입 비율이 90%에 달하는 만큼, 은행들의 판매원칙 위반 여부만 살펴볼 게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들여다 봐야 제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소비자의 책무에 관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8조는 금융소비자로 하여금 금융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고,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엄격하게 적용해 보면, ELS 투자 및 수익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 투자했다고 보기 때문에 판매기관의 잘못만 따지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ELS 가입시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이해했다’는 문장을 따라 쓰거나, 상품 가입 동의 확인을 위한 은행 전화에 기계적으로 ‘네’라고 대답한다고 해서 자기책임 원칙을 100% 묻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금융위는 고위험 투자상품 손실 발생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ELS 가입 전에 투자자의 상품 이해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판매기관의 조사 및 투자자 성향 분석 절차를 강화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금감원도 검사 과정에서 자기책임 원칙 전반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ELS와 관련해 “ELS는 예·적금이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거나 “분쟁 민원에 대해서는 판매원칙의 실질적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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