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고위 검사들의 ‘법카 돌려쓰기’ 부정 실태 첫 확인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특정업무경비로 ‘검사 회식비’ 부정 지출 첫 확인
뉴스타파를 포함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 검찰이 수사 업무에 쓰도록 돼 있는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유용해 고위 검사들의 술과 밥값으로 지출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이 지난해 2월, 전입 검사 간담회 명목으로 회식을 했는데, 업무추진비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사들의 회식 비용을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나눠 쓴 겁니다.
그동안 검찰 회식비를 업무추진비로 두 번 나눠 결제하는 이른바 ‘쪼개기 결제’는 여럿 나왔지만,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나눠 지출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3년 기준, 검찰에 배정된 ‘검찰몫 특정업무경비’는 466억 1,400만 원으로, 특수활동비 배정액(80억 원)보다 6배가량 많습니다.
특수활동비와 마찬가지로 특정업무경비도 ‘수사와 조사 등 특정 업무 수행에 들어가는 실 경비’에 쓰도록 돼 있는데, 예를 들어 수사 잠복근무나 출장 경비 등입니다. 이 때문에 기재부 지침상 특정업무경비는 간담회, 회식비 등으로는 쓸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하룻밤 값비싼 회식비’로 부정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해당 고위 검사는 기관장 업무추진비 한도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특정업무경비를 돌려썼고, 밥과 술을 먹으며 검사들을 격려하는 것도 ‘수사 활동 지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음악동호회 회식비’도 특경비로 부정 지출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검찰 내부 ‘음악 동호회’ 회원들과 1인당 5만 원짜리 참치회를 먹은 뒤, 회식비 일부를 수사나 조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로 청구한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습니다.
또한 앞서 폭로한 고양지청과 마찬가지로, 천안지청장 역시 전입 검사들과 저녁 만찬을 하고, 50만 원 넘게 나온 술과 밥값 일부를 특정업무경비에서 지출했습니다.
당시 정유미 천안지청장(현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처음엔 개인카드로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취재진이 특정업무경비로 나간 사실을 확인시켜 주자, 자신은 ‘숫자에 약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경위를 파악해 답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열흘이 넘도록 답변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14초·23초 차 결제 … 특경비·업추비 돌려쓰기 의심 33건 확인
공동취재단이 충주지청, 천안지청, 고양지청 등 3개 지방검찰청이 남긴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증빙 카드 영수증을 비교한 결과, 특정업무경비와 업무추진비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사용한 사례를 모두 33건을 찾아냈습니다.
심지어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경우, 같은 날 같은 식당에서 각각 14초와 23초 차이로 업무추진비 카드와 특정업무경비 카드가 연이어 결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업무추진비 카드와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나눠 결제하는 수법으로 수사와 조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검사들의 회식비로 전용한 것 아니냐는 예산 부정 사용이 의심됩니다.
검찰이 카드영수증 결제 시각과 상호를 먹칠로 가린 이유는?
그러나 청주지검 충주지청을 제외하곤 나머지 모든 검찰청은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카드 결제 시각과 결제 장소를 모두 먹칠로 가려, 실제로 한 건의 식대를 두 개로 나눠 결제했는지 검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카드 영수증의 결제 시간을 먹칠로 가린 이유가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의 법카 교차 검증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번에 공동취재단이 새롭게 찾아낸 것은 검사들이 먹고 마신 회식비를 수사 업무에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로 돌려쓴 새로운 유형의 예산 부정 의혹 사례들인데, 이는 각 지방검찰청의 특정업무경비 기록과 검찰청의 업무추진비 기록을 동시에 교차 검증해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청구했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특정업무경비 자료를 다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단 한 쪽도 내놓지 않은 검찰청은 13곳이나 됩니다.
대검찰청도 2018년 6월 이후 특정업무경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의 교차 검증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전국 검찰청 단위의 예산 쪼개기 패턴을 더는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동취재단 ‘충청리뷰’ 기자들, 검찰 예산검증 취재 갈등 끝에 집단 퇴사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충청지역 검찰청의 예산 검증을 맡았던 ‘충청리뷰’ 기자들이 이달 초 퇴사했습니다. 검찰 예산 검증을 탐탁치 않게 여긴 회사 대주주와 맞서다가 취재와 보도가 막히자, 펜을 꺾을지언정 차라리 퇴사를 선택한 겁니다.
뉴스타파를 포함한 공동취재단은 ‘충청리뷰’ 취재 기자들이 못다 한 검증을 끝까지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퇴사한 충청 리뷰 기자들이 어느 곳에 가서든 권력을 감시하는 저널리즘의 사명을 온전하게 해내길 바랍니다. 뉴스타파를 포함해 남은 공동취재단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검찰 예산 검증 취재를 끝까지 해내겠습니다.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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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금고를 열다> 특별페이지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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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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