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마라” 전세사기 재판서 판사가 청년에게 건넨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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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에서 열린 180억 원대 전세 사기 재판에서 박주영 부장판사는 사기범에게 중형을 선고한 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며 미리 준비해온 '당부의 말씀'을 읽었다.
박 판사가 말을 마치자 재판정에 나와 있던 피해자 중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 판사는 이날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여·50대)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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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 갈 것”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아달라.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달라”
24일 부산에서 열린 180억 원대 전세 사기 재판에서 박주영 부장판사는 사기범에게 중형을 선고한 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며 미리 준비해온 ‘당부의 말씀’을 읽었다.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위로였다.
박 판사는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라면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겠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하듯 이 암흑 같은 시절도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판사는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서는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가 말을 마치자 재판정에 나와 있던 피해자 중 일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 판사는 이날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여·50대)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지만 박 판사는 그보다 더 많은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A 씨를 엄벌에 처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담보 채무 현황과 실제 임대차 현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A 씨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는 229명에 달하며 이들은 180억 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수년간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하거나 담보대출을 승계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부산 지역 원룸 9채(296세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는 “전세 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이런 범죄에 맞서 사법 당국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박 판사는 지난달 노숙인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 뒤 딱한 사정을 위로하며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책 ‘인생’과 10만 원을 건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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