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카 돌려쓰기 실태③ 단 14초 차 결제...검찰이 결제시각 가린 이유

연다혜 2024. 1.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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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지청, 식당에서 14초·23초차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동시 결제 확인

2021년 10월 15일, 청주지검 충주지청장은 ‘민원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200,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같은 날 점심시간, 같은 음식점에서 충주지청의 특정업무경비 카드로도 300,000원이 결제됐다. 두 영수증의 카드 결제 시각을 비교해 보면, 특정업무경비로 오후 1시 13분 59초에 결제하고 오후 1시 14분 13초에 충주지청장 업무추진비가 연이어 결제됐다. 불과 14초 차이다.

충주지청은 두 영수증에는 음식점 상호와 주소가 모두 가려져 있지만, 가맹점 승인번호가 남아있다. 가맹점 승인번호로 확인한 결과, 충주지청이 500,000원을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14초 차이로 연달아 결제한 곳은 한 프렌차이즈 초밥 뷔페로 확인됐다. 당시 해당 뷔페의 평일 점심 1인 가격은 17,900원으로 술을 추가하지 않았다면 특정업무경비로 16명, 업무추진비로 11명이 넘는 인원이 뷔페를 이용한 셈이다. 전국 검찰 배치표를 통해 확인한 당시 충주지청 민원팀은 3명~5명 규모로 파악된다.

▲2021년 10월 15일, 충주지청 특정업무경비 300,000원과 충주지청장 업무추진비 200,000원이 한 프렌차이즈 뷔페에서 14초 차이로 연이어 결제됐다.

2023년 3월 15일, 충주지청 청사로부터 약 8km 떨어진 쏘가리 매운탕과 장어구이 전문 음식점에서 충주지청장의 업무추진비와 충주지청의 특정업무경비가 23초 차이로 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충주지청장은 ‘청주지검 관내 월례회의 간담회’ 명목으로 오후 7시 42분 31초에 383,000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했다. 그리고 충주지청의 ‘검찰 수사활동지원경비 지출내역 기록부’에 따르면, 23초 뒤 충주지청 특정업무경비 카드로 같은 식당에서 243,000원이 결제됐다. 

지청장이 참석하는 간담회와 충주지청의 ‘특정 수사 활동’이 공교롭게 같은 날, 같은 식당에서 진행되고, 단 14초, 23초 차이로 연이어 식대가 결제하는 묘한 상황이 반복된다. 우연의 반복일까.

▲2023년 3월 15일, 충주지청장 업무추진비 383,000원과 충주지청 특정업무경비 243,000원이 한 식당에서 23초 차이로 결제됐다.

같은 시간, 같은 식당 5⋅6번 테이블에 앉아 같은 메뉴 주문하고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로 각각 지출

2022년 7월 18일 충주지청의 ‘국민생활침해사범단속경비 지출내역 기록부’를 살펴보면, 한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오후 12시 38분 36초에 충주지청 특정업무경비 132,000원이 결제된다. 3분 42초 뒤인 오후 12시 42분 18초, 같은 음식점에서 지청청과 ‘자유형집행팀 오찬 간담회’를 진행한 7명이 126,000원을 결제한다.

그러나 이들은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 음식점 내 5번⋅6번 테이블에서 각각 오전 11시 54분 34초, 11시 55분 1초에 한돈 양념구이 정식 7개씩을 똑같이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제 시각은 3분 42초 차이지만, 주문은 27초 차이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옆 테이블에 앉아 한 쪽은 ‘자유형 집행팀 오찬 간담회'를 한다며 지청장의 업무추진비를, 다른 한 쪽은 ‘국민 생활침해사범 단속' 활동을 했다며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한 것이다.

▲2022년 7월 18일, ‘국민생활침해사범 단속경비’ 명목으로 특정업무경비 132,000원과 ‘자유형 집행팀 오찬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126,000원이 한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3분 42초 차이로 결제됐다. 취재 결과, 이들은 음식점 내 5⋅6번 테이블에 앉아 27초 차이로 똑같이 한돈 양념구이 정식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를 말한다. 따라서 흔히 간담회, 회식 용도로 쓰이는 업무추진비와 혼동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세부 지침에 명시돼 있다. 또한 업무추진비를 50만 원 이상 집행할 경우 사용자의 소속과 성명을 증빙서류로 기록해야 한다.

3년간 3개 지청 검증해 보니,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동시 결제 의심 33건

뉴스타파가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을 비롯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청주지방검찰청 천안지청까지 총 3곳의 202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증빙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두 예산을 모두 사용한 사례는 총 33건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33건 중 결제 시각⋅테이블 번호⋅가맹점 승인번호 등을 파악해 한 건의 식대를 두 개로 나눠 결제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는 7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7건은 검찰이 먹칠로 관련 정보를 모두 가려 더 이상 확인이 불가하다. 대부분의 검찰청이 법원의 판결 취지를 무시하고 카드 결제 시각과 장소를 모두 가려 공개한 결과,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영수증을 교차 검증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고양지청⋅천안지청⋅충주지청의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지출 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두 예산을 모두 사용한 사례 33건 중 결제 시각, 테이블 번호 등을 파악해 한 건의 식대를 두 개로 나눠 결제한 것으로 의심되는 7건을 공개한다.

전국 검찰청 67곳 중 13곳, 특정업무경비 지출 증빙자료 단 1쪽도 공개하지 않아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정보공개청구했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지금까지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하다. 3년 6개월의 소송(2019.11.~2023.4.)과 8개월의 자료 수령 시간(2023.6.~2024.1.)이 흐른 지금까지도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단 한 쪽도 내놓지 않은 검찰청은 13곳이나 된다. 

대검찰청의 경우 2018년 7월 이후 특정업무경비 자료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쓴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의 교차 검증이 불가할 뿐만 아니라 전국 검찰청 단위의 예산 항목 쪼개기 지출 패턴을 더 이상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2017년~2023년)를 모두 공개한 검찰청은 전국 67곳 중 21곳에 불과하다. 13곳은 특정업무경비 증빙자료를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국 67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 47,899쪽 추가 공개

공동취재단은 2023년 6월 이후 8개월간 전국 검찰청에서 수령한 검찰 예산 지출 증빙자료를 특별페이지 <전국 67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에 업데이트한다. 이번에 추가로 공개되는 자료는 총 58개 검찰청의 업무추진비 지출 기록 45,645쪽과 대검찰청(2020년 7월~12월), 서울중앙지검(2020년 7월~9월), 서울동부지검(2017년 9월~2023년 4월)의 특수활동비 2,254쪽 등 총 47,899쪽 분량이다. 지금까지 검찰청에서 공개한 모든 예산 지출 증빙자료는 총 누적 96,615쪽으로 <전국 67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특별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

<전국 67개 검찰의 금고를 열다> 바로가기

https://pages.newstapa.org/2023/09_prosecution/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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