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를 기름에 담가 식힌다” … ‘액침냉각’ 42조원 시장 공략[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뛴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 줄여주는
차세대 냉각방식 기술검증 성공
구글·MS·인텔 등도 도입 추진
세계 선두기업 GRC와 파트너십
SK엔무브 특수 냉각유 ‘경쟁력’
냉각시스템 효율화 실현 자신감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온디바이스 AI 경쟁이 가속화하며 ‘AI 시대’가 본격 열리는 가운데, SK그룹이 SK텔레콤과 SK엔무브 등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AI 서버에는 대규모 전력이 사용되며 열관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국내외 데이터센터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일반서버(x86) 대비 수십 배 소모 전력이 높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냉각에 획기적인 냉각 방식인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각종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油) 속에 넣어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방식인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이 액침냉각 전문회사인 미국 GRC의 설비와 다양한 제조사의 테스트용 서버, 관계사인 SK엔무브의 특수 냉각유로 자사 인천 사옥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 및 저장하는 서버 운용은 물론 냉방·습도 유지 등에도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국내외 데이터센터들은 저전력 고효율 냉각 기술을 도입하거나 차세대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갖춰 전력 사용량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액침냉각 기술은 공기보다 열전도가 훨씬 높은 특수 냉각유를 사용해 직접 서버 장비의 열을 흡수하고, 공기냉각에 필요했던 서버의 송풍기를 제거함으로써 냉각뿐만 아니라 서버의 전력 절감도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서버의 주요 고장 원인인 습도·먼지·소음에도 자유로워 서버 수명 연장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이 공기냉각 방식과 액침냉각 방식에서 각각 서버의 성능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성능에도 차이가 없었으며 같은 성능 테스트 결과 대비 액침냉각에서 서버 전력 절감이 이뤄져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액침냉각 기술은 오래전부터 제안돼 왔다. 그러나 널리 사용되지 못하다가 지난 2020년부터 AI와 가상화폐 채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GPU 서버 시스템 발열량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액침냉각 기술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MS 등은 이미 검토 단계를 넘어 적용 가능성 여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 중이다.
특히 인텔은 최근 CPU 디자인이 여러 개의 칩렛(여러 기능을 갖춘 칩을 결합해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기술)을 연결해 큰 칩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전력 소모도 늘어나, 공기냉각 방식의 쿨러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며 액침냉각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2021년 8월 액침냉각 기술 개발을 위해 이 분야 선두 기업인 스페인 서브머와 협력을 발표했다. 2022년 1월에는 AI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HPC) 부분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GRC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09년 설립돼 미국 오스틴에 본사와 연구소를 두고 있는 액침냉각 솔루션 글로벌 리더기업 GRC는 SK텔레콤과도 협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25개 이상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인텔·델·HPE·SGI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다양한 기술 협력을 하고 있어 실증 결과를 중시하는 국내 기업들에 가장 적합한 액침냉각 시스템사로 평가받고 있다.
SK엔무브는 SK텔레콤의 액침냉각 실증 및 검토에도 참여해 성공적인 결과 도출에 기여했다. SK엔무브는 액침냉각 시장이 2020년 1조 원 미만에서 2040년 42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앞서 GRC에 2500만 달러 지분 투자를 단행했으며 미국 PC 제조 및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델과도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용도는 크게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서버와 서버를 유지시키기 위한 냉각 및 전기 인프라 등으로 나뉜다. 데이터센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IT 서버는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에너지 절감은 서버 외 가장 큰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각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전력효율지수(PUE)로 데이터센터의 총전력량을 IT 장비 전력량으로 나눈 값이다.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좋은 데이터센터로 평가받는다.
공기냉각 방식의 최신 데이터센터 PUE는 약 1.5이며, PUE를 낮추기 위해 겨울철 차가운 외부 냉기를 끌어오거나 저전력 고효율 설비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냉각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설치 및 냉각에 필요한 공간 문제와 여전히 큰 에너지 소비 및 비용 문제가 남아 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효율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 제작후원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I서버’를 액체에 담가 ‘액침냉각’… 전력사용량 37% 감축
- 차세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양날개’ … 최고 품질로 ‘도약’[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 김정은 “지방에 생필품조차 제공 못해”… 배급망 붕괴 인정
- 나문희 “남편, 운동하다 넘어져 뇌수술…세상 떠나”
- 신당 등장으로 바뀐 선거 구도, 국힘·민주 어느 쪽에 더 유리할까
- 한예슬 “10살 연하 남친과 결혼 · 임신 계획은…”
- 하필 경찰이 무술 14단…톱 들고 행패부린 남자 최후
-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 민주당 예비후보에 ‘파이팅’ 외쳤다가…당원 비판 쏟아져
- 당적 밥먹듯 바꾼 이언주… 민주당 복당땐 ‘6번째’
- 김경율 “민주, 송영길 돈봉투·도이치모터스… 더 밝혀질 게 없는데 정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