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청각장애 어린이들, 유전자요법으로 치료 성공

차미례 기자 2024. 1.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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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 시험치료 성공..필라델피아 아동병원도 시행
치료효과 의학전문지 최신호에 등재.. 윤리적 반대의견도
[상하이= AP/뉴시스]청각장애인 유전자 치료에 성공한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 연구팀의 일라이 슈 박사가 대학병원에서 선천성 청각 장애 어린이 환자의 귀의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사진은 대학 연구팀 제공). 이 팀은 6명의 어린이들 가운데 5명이 치료 효과를 보았다고 의학전문지 '란세트'에 기고한 논문에서 밝혔다. 2024. 01. 25.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유전자 요법으로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치료에 성공한 중국과 미국의 사례가 24일(현지시간) 의학 전문지에 발표되었다.

하루 전인 23일 필라델피아 아동병원도 11세의 청각 장애 소년이 비슷한 치료로 효과를 보게 된 사례를 발표해, 유전적 원인으로 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달 초에도 중국의 의료진이 다른 2명의 어린이들에게서 똑같은 효과를 보게된 과정을 연구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금까지 유전자를 이용한 이런 치료 법은 단 한가지 희귀한 조건을 가진 환자에게서만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미 과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치료법이 언젠가는 유전적인 원인으로 귀가 멀게된 다른 여러가지 타입의 청각 장애 아동들에게도 적용되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세계적으로 청각장애나 난청을 가진 어린이들은 무려 3400만 명에 이른다. 그 중 60%가 선천성이다. 따라서 최근 과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선천성 청각 장애를 유전자 치료로 해소하기 위해 연구에 몰입해 왔다.

그 결과 낫 모양의 겸상(鎌狀) 적혈구 이상을 가진 청각장애자들과 중증 혈우병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그 동안 선천성 청각장애 어린이들은 대부분 소리를 듣기 위한 보조기구인 인공 귀(artificial ear) 달팽이관 이식술로 치료를 해왔다.

의학전문지 란세트의 연구논문 집필 팀장인 보스턴 시내의 매스 아이 앤드 이어( Mass Eye and Ear )병원의 천 정이 박사는 이에 대해 " 어떤 치료법도 청각손실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대 몰두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유전자요법 연구 결과에 우리는 너무도 행복하고 흥분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이 기록한 환자의 회복과정 동영상에는 전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아기가 6주일간의 유전자 치료 끝에 의사가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또 13주 동안 치료받은 어린 소녀가 치료 후에 아빠, 엄마, 할머니, 동생을 발음하고 "아이 러브 유"를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모두 유전적 청각 장애로 2%에서 8%의 청각 만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예전에는 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물질을 수술적 방법으로 내이(內耳)에 전달하게 하는 방법을 썼지만 이번에는 내이의 청각 세포의 기능을 유전자 치료로 증폭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대부분의 환자 어린이는 한쪽 귀를 치료 받았지만 2명의 연구진이 치료한 어린이 한 명은 두 쪽 귀가 다 정상화 되었다.

이 연구는 상하이 소재 푸단대학교의 일라이 슈 박사가 6명의 어린이환자를 대상으로 주도했다. 그는 천박사 연구소에서 훈련을 받았고 함께 유전자 치료연구에 가담했던 사람이다.

연구자들은 6개월 동안 치료받은 어린이들을 관찰했다. 그 중 한 명만은 치료법이 통하지 않았고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5명은 전엔 전혀 듣지 못하던 상태에서 지금은 서로 정기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천 박사는 지금은 이들이 정상인의 60%에서 70% 정도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유전자 치료는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이 팀 외에 다른 유전자 치료 연구 팀의 시험결과도 긍정적이다. 뉴욕의 리제네레이션 제약회사 팀은 지난 10월에 2세 이하 유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를 실시한지 6주일 동안 청각 회복이 상당히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출신의 에이삼 댐이란 어린이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지난 해 10월 치료를 시작했으며 이후 처음으로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시술을 받은 결과 소리가 정상보다는 귀마개를 한 것 같이 약간 멀리 들리기는 했지만 아빠 목소리와 길위의 자동차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연구를 주도한 존 거밀러 박사는 말했다.

같은 연구에 가담한 콜럼비아 대학교의 로렌스 루스티그 박사도 치료 받은 어린이들이 완전히 청각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전혀 듣지 못하다가 절반 정도만 청각이 회복된 것도 굉장한 효과"라고 감탄을 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치료된 상태에서 점점 더 호전될지 여부 등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일부에서는 청각장애 유전자 치료에는 윤리적인 문제도 따른다며 반대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시각 청각 장애인을 위한 대학인 갤로뎃 대학교의 청각장애 철학교수인 테레스 블랭크마이어 버크 교수는 "청각장애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청각장애가 치명적인 다른 질환을 불러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치료를 하는 것은 청각장애인 사회에 결과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연구를 주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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