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잇따른 코스닥 횡령·배임… 투자자들 울상

강정아 기자 2024. 1.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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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노블엠앤비·아진산업·티엘아이 3곳
1년 사이 2번이나 횡령·배임 일어난 기업도
내부 감시 위한 전산시스템 도입 필요

연초부터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이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이에 내부 감시시스템을 보완할 전산시스템 도입과 공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러스트=손민균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노블엠앤비는 전날 최대주주인 백 모씨를 포함해 대표이사, 사내이사 2명, 감사위원 1명 등 총 5명이 312억원 규모의 배임을 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이 배임한 금액은 자기자본(848억5361만원) 대비 36.11%에 달한다. 노블엠앤비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으로, 관련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블엠앤비는 2022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에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작년 4월 거래가 정지된 후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상태였으나 9개월 만에 배임이 발생했다. 거래소는 앞서 발생한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되면 배임 혐의와 관련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횡령·배임 규모가 일반 직원의 경우 자기자본의 5% 이상, 임원인 경우 자기자본의 3% 이상이거나 10억원 이상이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한 기업에서 횡령·배임이 여러 건 발생하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기업 아진사업은 이달 8일 전 직원 4명이 148억원을 횡령·배임해 고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전 직원 정모씨가 70억원을 횡령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정 모씨는 이번 횡령·배임 사건에도 포함된 인물이다. 이달 12일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 티엘아이도 사내이사와 재무담당 직원 4명으로부터 2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3월엔 전 대표이사와 전 사내이사 등 3명이 18억원을 배임했다고 밝혔는데, 1년 사이 2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의 2023년 코스닥시장 공시 실적에 따르면 횡령·배임 관련 공시는 2022년 64건에서 작년 81건으로 26.6% 급증했다. 관련 기업도 2022년 11개사에서 지난해 19개사로 8개사 늘어났다.

코스닥 상장사는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내부 감시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편이다. 횡령·배임을 막고자 업무 분장을 나눈다고 해도 직원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실무적인 측면에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횡령·배임 사실과 관련한 공시는 1~3월, 11~12월에 집중돼 있다. 해당 시기는 연말 감사보고서 작성을 위해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가 이뤄지는 시기다. 외부 감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뒤늦게 횡령·배임 사실을 인지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의 경우 19개 기업 중 9개사가, 2022년엔 11개사 중 9개사가 이 시기에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2022년 1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다만 최근 늘어난 횡령·배임 공시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대규모 횡령 사건 이후로 감사 시스템이 강화된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 2022년 1월 초 오스템임플란트 전 재무관리팀장 이 모씨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사건 이후 횡령·배임 사실이 한 기업에 큰 평판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각이 자본시장 안에서 생겼다”고 말했다. 횡령 사건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보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증발 등 평판 손실이 크다 보니 연말 감사 등에서 더 꼼꼼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고질적인 횡령·배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펌뱅킹 등 전산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펌뱅킹은 기업의 시스템(ERP)과 금융기관의 서버를 연결해 별도의 거래 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기업자금관리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금융서비스다. 다만 이 또한 회사 경영진이 횡령·배임에 가담한 경우라면 적발이 어렵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소규모 회사는 비용을 이유로 전산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초기 구축 비용이 들더라도 일단 설치하면 초보적인 횡령은 대부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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