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위 권고 수용률 57.1%로 반토막…“관행적 수용 줄어 업무개선”

물리력 행사 관련 적극행정 면책도 강화
‘인권가치 배척’ 우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작년 하반기 경찰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이 57.1%에 그치면서 직전 5년과 비교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치안성과지표에서 정량지표인 인권위 권고 수용도를 삭제하기로 하면서 경찰이 수사 등 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경찰 내부게시판 폴넷에는 경찰청 감사관실이 작성한 ‘적극적 법 집행 지원을 위한 감사기능 업무개선 성과 분석 결과’ 게시물이 올라왔다.

감사관실은 작년 8월 감사기능 업무 중 적극적 법 집행 저해 요소로 지적돼 온 ▷국가인권위 권고의 무조건적 수용 ▷불만민원·비난보도에 감찰 선개입 관행 ▷물리력 행사 관련 적극행정 면책 강화 등을 개선했다고 밝히면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행 정도를 점검한 결과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은 2018∼2022년 96.1%에서 지난해 8∼12월 57.1%로 39%포인트 하락했다.

불수용 사례로는 피켓 시위를 하는 금속노조 지회장의 머리를 누르고 수갑을 채워 연행한 것과 관련한 공권력 남용 직무교육 권고, 체포 과정에서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데 대한 주의 및 직무교육 권고 등을 제시했다.

감사관실은 “해당 관서에서 전적으로 판단하던 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를 본청 차원에서 검토·지원해 관행적인 권고 수용 사례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또 올해 치안성과지표에서 ‘인권위 권고 수용도’ 정량지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야 고평가되던 치안성과지표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했다.

이 글에는 “현장 경찰관들이 당당하고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줬다”는 등의 반기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다만 외부에서는 공권력 편의를 앞세워 인권의 가치를 지나치게 배척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외에도 감사관실은 불만민원·비난보도와 관련해 명백한 비위 등이 아닌 일반 사안은 해당 기능에서 우선 사실확인 및 보고를 하고, 감찰은 필요시 사후 개입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물리력 행사 문제에 대해선 당사자 신청 없이도 의무적으로 ‘적극행정 면책심사위’를 열어 요건에 해당하면 선제적으로 즉시 면책하도록 했다.

지난 2022~2022년 월 평균 1.6건이었던 물리력 행사 적극행정 면책심사 건수는 지난해 8~12월에는 월 평균 2.2건으로, 37.5% 증가했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당사자 신청 없이 감사부서 직권으로 면책심사가 이뤄지는 비율도 같은 기간 29.8%에서 45.5%로 15.7%포인트 증가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