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겨울 제주여행, 놓치면 후회할 추천 명소는?
갑진년 새해도 어느덧 중턱을 넘어가고 있는데요. 원래도 겨울 제주는 육지보다 평균기온이 높고 따뜻한 곳인데 올해는 더 유달리 포근한 날씨가 매일 이어지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서귀포 낮 기온이 무려 20도가 넘어가서 조금 놀라기도 했는데요.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어색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어느 해 겨울보다 제주를 여행하기에 제일 적합한 시기인 것 같아서 오늘은 겨울 제주여행에서 놓치면 후회할 명소 몇 곳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먼저는 펠롱펠롱 빛나는 샤이한 길 '샤이니 숲길'입니다. 여러분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려니 숲길'이 아닙니다. 중산간의 숲이 품은 아기자기한 이름 모를 숲길들은 오름이나 바다와는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데요. 가슴 속 깊숙이 파고드는 상쾌한 공기와 나무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반짝이는 햇빛의 매력에 도시 사람들은 단숨에 매료당하게 되지요. 삼다수 목장을 지나 길가 왼편에 숨어있는 샤이니 숲길은 단정한 길의 양편으로 나무가 곧게 뻗어있어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이 난 곳인데요. 교래사거리에서 삼다수 목장 쪽으로 약 1km 정도 가다 보면 왼편 도로가에 차량 여러 대가 주차된 곳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요. 그곳이 바로 샤이니 숲길 입구입니다. 200m 정도의 짧은 길이기 때문에 산책보다는 차분히 주위를 걸으면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숲길은 없는데요. 사계절 내내 빛나는 곳이지만, 눈이 내린 직후 겨울철에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단아하고 차분한 숲길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기 원한다면 샤이니 숲길만 한 곳은 없을 텐데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별도로 주차장이 없기에 갓길에 주차할 경우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번엔 바닷가 마을에 당도한 이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월령 선인장 마을'로 가보겠습니다. 작은 선인장 씨앗이 해류를 타고 하필이면 제주의 어느 바닷가에 도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월령리의 한 바닷가 마을은 이 기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선인장은 해안 바위틈과 마을 곳곳에 깊게 뿌리내렸고, 열매 '백년초'는 마을의 특산물로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선인장 군락이 펼쳐진 해안가 산책로는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데요. 사막에서 마주쳐야 할 선인장이 푸른 바다와 함께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풍광이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아직까지 가보지 않았다면 이번 겨울 제주여행에서는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합니다.
의외로 제주는 건축을 테마로 여행하기에 참 괜찮은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인공의 건물을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교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내었던 천재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을 공간에 담아내었지요. 서귀포에 위치한 유민미술관과 본태박물관이 바로 안도 다다오의 작품입니다. 두 곳의 전시 컬렉션도 훌륭하지만, 건물 자체의 유려함을 감상하기 위해 찾기도 합니다. 유민미술관은 섭지코지의 물, 바람, 빛,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고요. 본태박물관은 대지의 생김새를 거스르지 않고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유민미술관은 안도다다오의 건축과 요한 칼슨의 전시설계 그리고 아르누보 유리 작품의 섬세한 어울림을 인정받아 2018 세계 인테리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제주의 자연을 극대화해 감상하고 싶다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찾아가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하여 '삼다도'라고 불린 제주. 그중 돌은 가장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바람을 막는 밭담의 재료로, 제주를 수호하는 돌하르방으로 제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는데요. 금능석물원과 북촌돌하르방미술관은 제주의 아이콘, 돌하르방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금능석물원은 50여 년간 돌하르방을 제작한 장공익 명장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는데, 일반 돌하르방뿐만 아니라 제주의 전설이나 문화를 보여주는 조각이 주를 이룹니다. 김남홍 작가가 조성한 북촌돌하르미술관은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돌하르방을 곶자왈 속에 조성해 금능석물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두 곳 모두 제주시에 위치하는데 방문 전에는 운영시간 등을 사전에 꼭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한 겨울,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특히나 육지에는 기온도 낮고 눈도 많이 온다고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행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겨울 제주 여행 어떤가요? 겨울바다의 철썩임과 바람에 스치는 숲속 소나타를 들어보고요. 살짝 맺힌 땀방울이 날아가고, 어느덧 상쾌해지는 기분까지 제주의 겨울은 정겹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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