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구글, 카카오 등 제재 못 하면 '역사의 죄인'? 공정위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

권영인 기자 2024. 1. 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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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면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공정위는 구글이나 메타, 그리고 쿠팡과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한판 싸움을 걸었습니다.

그동안 공정위가 일해왔던 대로 플랫폼 사업자들을 조사해서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조치를 해왔는데 돌아보니 '시차'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계속 반복되도록 이대로 놔두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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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면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놀랐습니다. 공무원이 잘 쓰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늦어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책임이란 단어와 비슷한 말만 나와도 긴장하는 게 어쩔 수 없는 공무원의 DNA입니다. 본능적으로 조심하게 됩니다. "책임지십시오"라는 말이 범람하는 정치판에서는 흔한 화법이지만, 공무원 유니버스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30년 경력의 베테랑 고위 공무원이 그렇게 말하는 장면은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낯선 장면이 등장하게 된 건 이른바 '플랫폼법' 때문입니다. 지금 공정위는 구글이나 메타, 그리고 쿠팡과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한판 싸움을 걸었습니다.
내용은 조금 복잡하지만 아주 간단히 말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소비자 이익을 해치는 불공정 행위를 못하도록 감시를 더 강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원래 그 일을 하는 게 공정위입니다. 이미 공정거래법으로 각종 불공정행위를 규제해 왔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각종 처벌을 받아왔습니다. 최근에 카카오도 카카오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게 걸려서 공정위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걸 하겠다는데 왜 '역사의 죄인'까지 등장하게 됐느냐,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문제는 시차였습니다.

그동안 공정위가 일해왔던 대로 플랫폼 사업자들을 조사해서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조치를 해왔는데 돌아보니 '시차'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한 예로 구글을 들었습니다. 구글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앱스토어 시장에 국내 사업자들이 원스토어를 만들어서 진출했습니다. 점유율이 20% 가까이 오르니까 구글이 원스토어에 앱을 올리지 못하도록 앱 개발자들에게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게 사실로 드러나 구글이 제재를 받았지만, 조사하고 조치가 내려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사이 원스토어는 10% 아래로 점유율이 주저앉았고, 구글은 오히려 90% 넘는 독점력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 가맹택시를 몰아준 게 들통나 시정조치를 받았지만, 조사가 시작되기 전 14%였던 점유율이 조사가 끝나서 시정조치된 시점에선 73%까지 폭등했습니다.

불공정 행위를 찾아서 조사하고 시정조치까지 끝났지만, 이미 그 사이 현실은 대형 플랫폼의 압도적 승리로 끝나 있었다는 겁니다. 그게 반복적으로 일어났고, 반칙행위를 해서 구독자를 확보하고 나면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그 막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얘기죠.

공정위가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계속 반복되도록 이대로 놔두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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