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김현주, "욕 연기 어색하다는 말 자존심 상해"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1.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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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1997년 MBC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한 배우 김현주는 27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준 김현주에게도 '선산'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김현주가 맡은 윤서하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자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극한의 상황에서는 욕설도 내뱉는다. 김현주는 '선산'에서 이러한 캐릭터의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분출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현주는 급작스러운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되며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는 윤서하 역을 맡았다. '선산'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카타르,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공개 이후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김현주는 "주변에서 대체적으로 잘 봤다고 이야기 해준다"며 작품과 배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초 '선산'은 오컬트 장르물로 많은 홍보가 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컬트적인 요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김현주는 "표현해 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도전해 보고 싶었다"라고 '선산'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대본을 다 받아서 줄거리를 알고 있었어요. 처음 읽었을 때 스스로 추리를 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또 영상으로 담았을 때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는데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표현해 보지 못했던 캐릭터다 보니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또 윤서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다른 관계와 감정선이 있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김현주는 '지옥', '정이'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다만 '지옥'과 '정이'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면 '선산'은 연상호 감독이 극본에만 참여하고 연출은 민홍남 감독이 맡았다는 차이가 있다.

"안 해본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참신한 소재와 캐릭터가 눈에 띄었어요. 나름의 고민도 있었지만 즐겁게 임했어요. 감정선을 어디서 터뜨려야 할까, 캐릭터가 뒤에 힘을 받으려면 앞에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됐지만, 그 과정도 재미있었어요. 연상호 감독님이 뒤에서 극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설명해 주셨지만, 현장에서는 민홍남 감독님과의 소통이 먼저였고, 가깝기도 했어요. 배우들과 직접적인 대화는 많지 않았어요."

/사진=넷플릭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 '선산'을 택했다고 밝힌 김현주는 자신이 맡은 윤서하를 '마른 가지'에 비유했다. 극초반에 보여주는 서하의 모습은 마른 가지처럼 앙상한 느낌을 준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박성훈)을 알고도 애써 모른체하는 장면이나 정교수를 위해 기계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그렇다.

"시나리오를 보면 음악이나 어떤 물체처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걸 찾는 편인데, 서하는 마른 가지의 느낌이 들었어요. 불을 붙이면 금세 타오르고 또 쉽게 부러질 것 같은 아슬아슬하면서도 메마른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감정 표현에 서툴고 그런 걸 표현하는 자체가 약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인물로 생각했어요."

윤서하는 작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된 이후 여러 사건들이 연달아 겹친다. 남편 재석은 총에 맞아 사망하고 직장에서는 정교수 문제, 대필 문제 등이 발생한다. 앙상한 가지 같던 서하는 끝내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옷장에 옷을 걸다 화를 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현주에 따르면 원래 대사가 없었던 장면인데 자연스럽게 대사가 추가됐다. 

"그 장면은 서하의 눌렸던 감정이 터졌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과도 거래하게 되는데 무언가 시발점이 되는 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요. 원래는 대사가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하게 됐어요. 옷장에 엄청 많은 옷이 걸려있는데 그게 참아왔던 많은 감정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꽉찬 옷장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남편의 옷을 걸려고 하는데 남편에 대한 짐과 감정이 더해지면서 무너져 내리는 거죠.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런 대사들이 나온 것 같아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하는 본인의 노력으로 대학교 강사 자리에 오른다. 분명 어느정도의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캐릭터지만 선산을 상속받은 이후의 선택 중 일부는 '귀신에 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김현주는 "분명히 욕망이 있었다"면서도 그 상황에 매몰된 서하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일단 욕망인 건 분명해요. 서하가 결핍도 많은 친구고 혼자 지낸 시간도 많아서 이 자리까지 정말 애써서 왔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죽고 이상한 이복 동생이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하다보니 차분하게 계획할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봤어요. 지금까지 불행하고 불운한 아이처럼 스스로를 생각했지만, 선산으로 인해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으로 인해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선산을 가지려는 싸움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그동안 살면서 내가 원하고자 했던 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영호가 나타나 선산을 가로막으려 해서 싸웠던 것 같아요. 결국은 선산을 가지고 싶어서 싸우는 건지 단순히 지기 싫어서 싸우는 건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극한의 상황에 몰린 서하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김현주의 연기 커리어를 살펴봐도 이는 처음 있는 일이다. 김현주는 "욕이 어색하다는 말에 자존심이 좀 상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한 것에 큰 의의를 뒀다. 

"스스로 안 해본 표현법을 써봤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해요. 제가 항상 연기적으로는 감정을 억제하고 담아냈고 연기 스타일도 누르는 스타일로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시원하게 내지르고 욕설도 했는데 현실에 와닿는 감정 표현이 신선했어요. 욕은 어색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때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사진=넷플릭스

'선산'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드러나는 반전에는 근친 상간이라는 소재를 채용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김현주는 "개인적으로 우려가 됐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딱 그 부분만 보고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고, 한국에서 이런 소재가 다뤄졌던 적도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다만, 그 관계를 녹여낸 게 아니라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어요. 작품 속에서는 다른 감정도 보였고 반전을 반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분도 계셔서 의외였어요. 꼭 그런 가족을 넣어야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극적인 관계를 위해 설정한 게 아닌 가 싶어요. 저도 딱 그부분만 본 건 아니었어요."

김현주의 말처럼 '선산'은 오컬트 물도 아니고, 근친상간을 앞세운 작품도 아니다. 다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러한 소재를 끌어다 썼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김현주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일까. 김현주는 "때로는 과하게 가족애를 강요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심스레 생각을 밝혔다. 

"가족이라는 관계애 대한 정의보다 가족애를 과하게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가족이니까', '자식이니까', '부모니까' 이런 것들이요. 잘하고 있는데도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너무 가깝지만 가족이 발목을 잡거나 숨을 조르는 경우도 있는데 '선산'은 그런 것들을 극적으로 강화한 작품이지 않을가 싶어요."

김현주의 차기작은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지옥' 시즌2다. 특히 새로운 시즌에 합류한 배우들이 '칼을 갈고' 작품에 임했다는 소문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주는 "저는 안 갈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래서 좋을 거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저는 오히려 편했어요. 스태프들도 대부분 그대로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은 고민이 많고 힘들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즌1이 잘돼서 시즌2의 배우들이 칼을 갈지 않으면 안됐겠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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