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만지는 남성 관람객 왜 안막았나”…소송 건 누드연기자

지난해 영국 왕립예술 아카데미에서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회고전 입구에 누드모델 두명이 마주보고 서있다./영국 왕립예술 아카데미

한 누드 연기자가 과거 전시에서 자신의 몸을 만지는 관객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3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존 보나페데는 2010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예술가가 존재한다’라는 전시에서 일하는 동안 5명의 남성이 7차례에 걸쳐 자신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졌으나 미술관이 ‘합당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전날(22일)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해당 전시에서는 세르비아 출신 행위예술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이 소개됐다. 보나페데는 ‘임폰데라빌리아’라는 작품을 맡았다.

‘임폰데라빌리아’는 나체 상태의 남녀 모델이 움직이지 않고 마주 보고 서 있는 작품이다. 관람객은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다음 작품을 감상하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당시 전시에서 보나페데는 나체 상태로 40~50㎝ 떨어진 나체 상태의 여성과 마주보고 75분간 서있었다.

소장에 따르면 보나페데는 문제의 관람객들이 MoMA 경비원이 뻔히 보이는 곳이나 카메라가 퍼포먼스를 녹화 중인 가운데서 비슷한 수법으로 자신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관람객 중 한명은 전시장을 세차례 돌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이 일을 겪었을 땐 미술관 보안팀에 보고하지 않고 넘어갔다. 앞서 같은 역할을 맡았던 연기자가 몸을 움직였다는 이유로 해고된 적이 있서다. 이후 관계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버티는’ 태도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뉴욕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존 보나페데./인스타그램

보나페데는 소장에서 “이러한 성적 접촉의 유일한 목적은 원고를 무시하거나 학대하고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성적 접촉으로) 원고에게 심각한 신체적 상해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측은 일부 관람객들이 누드 연기자를 더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인정했다.

MoMA 측은 뉴욕포스트를 통해 “연기자들을 부적절하게 만지거나 작품을 방해하는 관람객은 보안요원에 의해 박물관 밖으로 호송된다”며 현재는 연기자를 상대로한 폭행 등을 신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나페데는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을 상대로 한 구두경고나 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일로 수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면서 알려지지 않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2022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뉴욕주 성인생존자법’에 따라 제기됐다. 성인생존자법은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력 피해자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