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하다. 정시아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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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하 <열녀박씨>)이 종영했어요. 촬영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죠.
두 아이가 방학이어서 요즘 정말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준우 농구 트레이닝을 보내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시간을 낸 거예요. 작품을 하는 동안 미뤄두거나 하지 못했던 일도 하고 있죠. 이를테면 대청소나 책장 정리 같은 일이요. 아이 아빠가 제가 집에 없는 동안 혼자 하느라 정말 힘들었겠단 생각도 했어요. 요즘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에요. 아이들이 자라면 좀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농구 하는 준우를 위해 경기를 응원하러 가기도 하고 새벽 훈련을 할 땐 도시락도 싸고, 서우 도시락도 싸고요. 엄마와 아내로서 소소하고 바쁜 일상을 살고 있어요.
<우먼센스> 2월호 표지 촬영을 첫째인 준우와 함께했어요. 그래서 더 의미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맞아요. 준우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 촬영한 이후 처음 한 촬영이에요. 그때는 결혼 10주년 기념 촬영이었어요. 어린 나이였으니 엄마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그냥 절 따라다녔죠.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한 이번 촬영은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우선 저보다 키가 훨씬 커졌고 엄마의 일을 경험하며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짐작하기도 하고요. 촬영 전에는 아이가 너무 긴장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재밌었다고 하더군요. 하얀색 슈트가 마음에 들었다는 말도 하고요.(웃음)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와 아빠, 삼촌과 할아버지까지 배우라는 사실이 신기할 것 같아요.
준우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직업을 가졌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오히려 이번 화보 촬영을 하면서 엄마가 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하는 촬영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요?
예전 같았으면 화보라는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저도 좀 부담을 가지고 아이에게 준비시켰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좀 달라졌어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되 즐기면서 하자고 준우에게 말했죠.
그런 태도의 변화가 일어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나’만 봤던 것 같아요.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주어진 일에 대한 최선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기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거죠. 아이 덕분에 제 가치관이 변화한 것 같아요. 최근 마음에 와닿아 저장해둔 문장이 있어요. “저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 하나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알고 함께 빛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인데, 정말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과거에는 저 자신이 별 하나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서로가 있기에 별이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녀박씨> 종영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예쁘게 잘 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어요. 보통 배우는 자신이 주목받는 것에 익숙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와 다른 방향성의 대답이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그런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어요.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고만 생각했죠.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타인에 대해 더 많이 배려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또 함께 연기하는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도 지금처럼 좋은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선배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잘 지키며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내면이 단단하지 않으면 잃을 것이 많겠더라고요. 이 모든 게 아이들 덕분에 하게 된 생각이에요.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정말 어쩔 뻔했나 싶어요. 아이들 덕분에 내가 존재하고, 또 성숙해지고 있어요.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열녀박씨> 현장의 영향도 있었나요?
주인공을 위한 배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 건 <열녀박씨>가 처음이었어요.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에 가면 선배 배우가 많았고, 귀여운 후배로서 선배들에게 의지하며 제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열녀박씨>는 후배 배우가 더 많았죠. 새삼 ‘선배란 어려운 위치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전에는 연기자로서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만 집중했어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고 연기만 잘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열녀박씨>에서는 제가 선배 배우의 역할을 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막연히 MZ세대의 후배 배우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 거 같아 대기 시간이면 일부러 자리를 피하기도 했고요. 공통적인 주제가 없으니 대화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함께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어요. 대기 시간이면 같이 오목도 두고 빙고 게임도 하고 성대모사도 하면서 선후배 사이가 더 돈독해졌죠. 이전 작품까지만 하더라도 대중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느끼는 제 부족한 점이 누군가에게는 더 좋은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을 내려놓으려고 했죠. 그러면서 연기하는 현장이 더 재미있고 편해졌어요. 그 때문에 <열녀박씨>에서는 어느 때보다 가장 저답게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저답게 표현하는 법을 안거죠.
<열녀박씨> 현장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이었나요?
스태프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이 가장 즐거웠어요. 엄마와 아내, 며느리가 아니라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그 시간이 저에게 에너지를 주더라고요. 엄마는 아이를 통해 힘을 얻곤 하잖아요. 하지만 촬영할 때 오로지 나로서 존재하며 채우는 또 다른 좋은 에너지가 있었죠. 그렇게 촬영 내내 좋은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얻은 에너지가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는 데도 좋은 영향을 주더라고요. 연기와 개인의 삶이 균형을 잘 이뤄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이번 작품을 마치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제 삶에서 영순위이다 보니 저에 대한 부분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는 배우로서 저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준우는 5년 후면 성인인데 40대 배우로서 정시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연기 생활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었어요. 40대의 배우 정시아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40대 정시아를 보여준 적이 없으니 성숙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40대 이후의 제 모습이 불안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저 역시 기대도 많이 되고 궁금해요.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은 것들도 생기고요. 아이들을 키우며 정작 제 꿈은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었나 봐요. 이제는 주변이 점점 넓게 보이다 보니 제가 어디쯤 서 있는지 생각해요. <열녀박씨>는 제 배우 인생에 있어 나침반이 돼주었던 시간이에요. 어디에 서 있는지 정확히 볼 수 있었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아이들을 키우며 정작 제 꿈은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었나 봐요.
이제는 주변이 점점 넓게 보이다 보니 제가 어디쯤 서 있는지 생각해요.
<열녀박씨>는 제 배우 인생에 있어 나침반이 돼주었던 시간이에요.
특정한 조언을 받았다기보다는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을 만나면서 선배들은 내 나이 때쯤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늠하고 공감하게 된 것 같아요. 얼마 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러 가서도 선배 배우로서 아버님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버님이 연기하신 극중 캐릭터에 담긴 이야기뿐만 아니라 배우의 인생을 50년 가까이 살아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죠.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됐어요. 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하게 된 거죠. 아이를 키우고 나이가 들수록 주변이 보여요.
전 요즘 하루하루가 재미있어요.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며 몰랐던 것에 대해 많이 배워가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나아지고 있는 저 자신이 좋아요.
어렸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분명 더 즐거워요.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곤 해요.
그럴 때 존재만으로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면 세상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올해의 키워드를 ‘사랑’으로 삼고 그 사랑을 아이들과 나누며 살려고 해요.
준우와 서우는 어떤 아들과 딸인지 궁금해요.
준우는 마음이 정말 따뜻한 아이에요. 첫째이다 보니 듬직한 면도 있죠. 학기 말에 학교에서 나눠주는 생활기록부에 항상 “순수하다”, “정이 많다”, “친구의 작은 부탁도 소홀히 여기지 않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등이 적혀 있어요. 그런 걸 보면 뿌듯하죠. 학교 앞에 달고나를 파는 할아버지가 항상 계셨는데 준우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달고나를 거의 매일 하나씩 사 와요. 그래야 마음이 편한가 봐요. 할아버지에게 인사도 잘하고요. 저도 가끔 할아버지와 마주칠 때가 있는데 늘 준우를 칭찬해주셨죠. 준우는 그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누군가를 잘 돌보는 아이예요. 서우는 어리지만 섬세하고 성숙해요. 준우가 농구를 잘 못 한 날 아빠가 혼내야겠다고 말하면 서우가 이렇게 말해요. “오빠는 실력이 없어서 못 한 게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못 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믿고 기다려줘야해.” 부모로서 조급했던 저희 마음이 부끄러웠어요. 아이들을 키우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죠. 아이들이 부모 덕분에 자란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이들 덕분에 저희가 잘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재능을 찾아갔어요. 일부러 시킨 적도 없는데 말이죠. 서우는 어려서부터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고, 준우는 농구를 좋아했어요. 아이들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신들이 알아서 꿈을 찾았어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식사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준우와는 오늘의 경기에 대해, 서우와는 친구 관계에 대해, 그리고 또 많은 것에 대해 대화해요. 이 시간만큼은 친구처럼 대화하려고 노력하고요.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면서 부모에 대한 믿음도 생겨요.
중2 준우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사춘기랄 게 없었어요. 준우가 중2 때 학교에서 ‘집’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어요. 공부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집에 가고 싶다. 로켓보다 빠르게 가고 싶다. 사랑스러운 가족들. 이런 내용의 시예요. 그맘때면 가족보다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좋기 마련이지만 준우에게 일순위는 가족이에요. 저 자신이 부족한 것이 많아 부모로서 노력한 걸 아이들이 알아줬기 때문인지 아이들 모두 가족을 가장 좋아해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아이들과 오히려 더 싸웠어요. 공부를 많이 시켰거든요.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외도 시켰고요. 그러다 문득 아이들이 성인이 될 시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좀 더 즐겁게 보내기로 했죠.
아이들도 부모의 영향을 받지만 부모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시아 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남편과 함께 고민을 많이 해요.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빅미(Big Me) 시대’에 자신을 더 좋게, 낫게, 크게 드러내며 타인이 보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며 가치를 찾아가면 좋겠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곧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더라고요. 아이들에 대한 바람을 생각하다 보면 저 스스로에게 그 바람을 대입하게 돼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아들과 딸이 마치 제 것인 양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레 아이들 이외에 타인을 대할 때도 더 존중하게 돼요.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며 마음이 넓어진 달까요. 저는 외동딸이라서 이기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스스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죠. 아이들에게 말로만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이 제가 지향하는 바대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 철학이 자연스레 변하더라고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저도 변하는 거죠. 전 요즘 하루하루가 재미있어요.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며 몰랐던 것에 대해 많이 배워가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나아지고 있는 저 자신이 좋아요. 어렸을 때보다 지금의 삶이 분명 더 즐거워요.
아이들에게서 발견하는, 엄마 정시아와 닮은 점은 뭔가요?
아이들을 통해 저 자신을 볼 때가 있어요. 준우와 서우 모두 이타적이고 내향적이라는 점이 닮았어요. 처음엔 제 이타적인 성격이 직업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보니 타고난 성격이더라고요.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라는 점도 닮았고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중 가장 소중한 때는 언제인가요?
집에 돌아온 아이들을 반기는 순간이 가장 소중해요. 준우와 서우가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마음껏 표현하고,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려줘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가장 편한 감정을 느끼길 바라죠. 수고했다는 한마디는 물론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요. 사랑한다는 말은 메시지로도 자주 하죠. 가끔 제가 아이들에게 뭔가 실수할 때는 솔직한 마음으로 사과해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바로바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죠.
평소 루틴을 알려줄 수 있나요?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신 다음 가족에 대한 기도로 아침을 시작해요. 틈틈이 책도 읽어요. 부모 역시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가 중요해요. 부모 공부를 하기위해 독서를 시작했고, 그 재미를 뒤늦게 알게 됐어요. 책을 늘 가지고 다니며 잠깐씩 시간 날 때면 한두 장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해요. 자연스레 독서의 폭도 점점 넓어졌어요. 서우가 미술을 공부하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공부도 해요.
부모 공부를 위한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면요?
좋은 책이 정말 많아요. 그중 한 권을 꼽자면 <자식의 은혜를 아는 부모>를 추천할게요. 스승의 은혜나 부모의 은혜는 익숙하지만 자식의 은혜는 생소할 거예요. 보통 윗사람에 대한 은혜만 생각하죠. 하지만 이 책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요. 아이들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죠.
SNS에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한 페이지를 올린 걸 봤어요. 자신의 느린 성격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그런 느긋한 성격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어릴 때 별명이 나무늘보였어요. 가끔 좀 더 빠릿빠릿하고 악착같은 면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기도 해요. 어떤 성격이든지 장단점이 있고 느림이 가진 장점 역시 많더라고요. 길을 빠르게 걸으면 주변이 보이지 않지만 느리게 걸으면 풍경이 눈에 들어오죠. 중요한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에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죠. 아이들을 키울 때도 도움이 돼요. 아이들이 비록 느리게 걷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가고 있다면 기다려줘야 해요.
올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거창한 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중에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랑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책이에요. 원래는 날개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질투로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말이 나와요. 그 말에게 소년과 두더지, 여우가 “너는 비록 날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랑해”라고 말해줘요. 그러곤 날지 못하던 말이 소년과 두더지, 여우를 모두 태우고 훨훨 날게 돼요. 결국 사랑이 삶의 원동력이 돼준 셈이죠. 우리 모두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곤 해요. 그럴때 존재만으로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면 세상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올해의 키워드를 ‘사랑’으로 삼고 그 사랑을 아이들과 나누며 살려고 해요.
정시아가 꿈꾸는, 가족과 함께하는 가장 완벽한 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너무 많죠. 네 식구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게임을 해요. 게임하는 순간에는 부모와 자식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로만 존재해요.(웃음)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들을 완전히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열심히 일상을 산 후 재미있게 게임하며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요. 어제는 네 식구가 모여 남편이 만든 떡볶이를 먹었어요. 그 시간도 평화롭고 좋았죠.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요.
에디터 : 송정은(패션), 박민(인터뷰) | 사진 : 김외밀 | 헤어 : 소피아 | 메이크업 : 한나 | 스타일링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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