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원 민심] “남경필 이후 국민의힘 누가 있긴 있나요”
● 한때 보수 텃밭, 이젠 보수 험지
● 2020 총선 민주당 5석 싹쓸이
● “중앙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지역 뭘 안다고”
● “그래도 민주당이 신분당선 놔줬잖아요”
● “이제 수성고 나왔다고 뽑아주진 않지”
● “국민의힘 별로지만 한동훈은 괜찮아 보여”
● “여당+180석으로도 못 했으니 이젠 국민의힘 믿어봐야죠”
1월 10일 오전 9시 20분께 경기 수원시 서울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만난 주부 김상희(58) 씨의 말이다. 그는 인계동, 매탄동, 정자동을 거치며 수원에서 24년 살았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이곳에서만 6번의 표를 던진 셈이다. "근 10년 전부터 수원에 외지인이 대폭 들어오며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수원은 과거 고(故) 남평우 의원·남경필 전 경기지사 부자(父子)가 7선을 거두는 등 보수세가 강하던 곳이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젠 달라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5석(갑·을·병·정·무)을 모두 가져가며 '싹쓸이'를 달성했다.
수원은 경기 민심을 예측하는 '바로미터' 지역으로 꼽힌다. 수원에서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기 59석 가운데 51석을 따냈다. 이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국민의힘(미래통합당)에 103:16 승리를 이끄는 견인차가 됐고, 180석 거대 여당 탄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수원 지역 정계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수원은 외지인이 살기 쉽지 않은 배타적 도시로 여겨졌다. 수원에서 같은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끼리 연합회가 구성됐을 정도다. 예컨대 실업계·인문계를 통틀어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90 연합회' 회원이 되는 식이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 가운데 이런 특색이 있는 도시는 수원이 유일하다. 최근 10년간 많이 변했다. 특색이 옅어졌고, 서울시에서 줄어든 100만 명의 인구가 경기도로 유입되며 급격히 팽창했다. 청년층·노동자가 늘어나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민심을 반영하는 것인지 1월 10일 만난 수원시민 가운데엔 국민의힘에 우호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시민 대다수는 "딱히 호감이 가는 인물이 없다"거나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괜찮아 보인다"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는데도 해준 게 없다" 등의 의견은 7~8명 가운데 1명꼴 정도로 나왔다. 보수의 텃밭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완연한 '보수의 험지'가 된 듯했다.
국민의힘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수원 탈환을 꾀한다. 쉽지 않은 싸움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 방문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과 같은 정부 요인(要人)과 인지도가 높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등판시키며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수원에서 승리하면 21대 총선과 달리 수도권 승부에서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곧 총선 승리로 이어진다. 되찾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사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막이 올랐다.
수원갑
김승원 vs 김현준 '수성고 매치'
오전 10시 30분 무렵 장안구 정자동의 정자시장은 장을 보러 온 행인들과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섞여 제법 소란스러웠다. 진동하는 만두, 돈가스 냄새가 점심시간이 머지않음을 알렸다.
시장이 으레 그렇듯 정자시장 역시 수원갑 지역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의 민심이 한데 모이는 장소다. 수원갑은 율천동을 제외한 장안구 전역을 관할한다. 영화동, 연무동, 조원동 등 구도심에 가까운 지역과 정자동, 송죽동 등 권선구·역세권에 가까운 지역 간 표심 차이가 커 수원에서 '경합지'로 꼽히는 곳이다. 수원의 명문고로 유명한 수성고가 이곳에 있다.
현역의원은 '처럼회(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 회원 김승원 의원이다. 21대 총선에서 초선을 했고, 22대 총선에서 재선을 노린다. 민주당 내 다른 후보군이 등장하지 않아 단수 공천되리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인동선 예산 확정, 수원회생법원 설치 등 숙원 사업 해결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다. 수성고를 졸업한 점도 메리트로 꼽힌다.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는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지역 현안에 임한 만큼 겸허히 선거에 임할 것"이라며 "상황이 비관적이진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영입 인재'로 나선다. 지난해 12월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알리며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30여 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국세청장을 지내는 등 행정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지만 중앙 관료 출신이라 지역 활동 경험이 적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청장도 김승원 의원과 같은 수성고 출신이다. 김 전 청장이 국민의힘 총선 후보로 확정되면 '수성고 매치'가 성사된다.
21대 총선에서 김승원 의원에게 패한 이창성 당협위원장도 재기를 노린다. 이 위원장은 SK그룹 전무 출신이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자문위원, 목원대 교수를 지냈다. 21대 총선 패배 후 지역 기반 다지기에 매진했다고 평가받는다. 김 전 청장과 본 후보 자리를 놓고 각축(角逐)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정자시장 한 정육점 앞에서 만난 주부 한귀자(52) 씨는 김승원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은 지역에 있던 인사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김승원 의원이 지역 정비를 잘했다. 예산도 잘 따오는 것 같고, 아파트 시설 정비나 공간 확장 등 티가 많이 나지 않는 부문에서도 소소히 혜택을 줬다. 국민의힘에선 국세청장을 지낸 사람이 온다는데, 지역에 공헌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일 가게 직원 40대 최모 씨도 "김 전 청장이 수원 출신이라곤 하지만 지역을 떠난 지 오래된 터라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며 "중앙에서 한자리하던 사람을 내려보낸다고 뽑아주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자시장 인근 우방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유진(25) 씨도 "인물이든 공약이든 매력이 있어야 뽑는데, 국민의힘을 뽑을 이유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청장에 대해 기대를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아파트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보던 박모(64) 씨는 "이제 국민의힘이 여당이니 지역에 뭐라도 해주려면 지역구 의원도 여당과 가까운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지켜보고 사람만 괜찮다면 김 전 청장을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수원을
민주당 집안싸움 3파전, 국민의힘 '토박이' 한규택 유일
16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수원을은 매번 현역의원이 재선에 실패해 '현역의원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보수·진보 정당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지역이다. 수원갑과 같이 경합지로 여겨졌으나 2017년부터 수용인구 5만5080명·2만400가구의 대규모 단지 호매실지구가 들어서며 젊은 층이 대거 유입, 진보세가 강해졌다. 윤경선 진보당 수원시의원이 3선을 하는 등 진보당이 유일하게 수원에서 기초의원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구운동 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 R&D 사이언스파크 조성, 신분당선 구운역 신설 등이 현안이다.
본 후보 자리를 놓고 민주당 내 치열한 집안싸움이 예상되는 곳이다. 현역의원은 백혜련 의원이다. 21대 총선 재선에 이어 22대 총선에서 3선을 노린다. 여기에 1986년생의 30대 정치인 김호진 전 수원시의원과 서수원 출신 유문종 전 수원시 제2부시장이 도전장을 던진다. 금곡로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 전 수원시의원은 백 의원에 대해 "중앙 기반 정치인과 지역 기반 정치인은 다르다"며 "지역에서 일한 나의 경험과 젊음에서 오는 역동성을 합한다면 우리 지역구에 묵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국민의힘에선 한규택 수원을 당협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 위원장은 21대 총선 국면 당시 경선에서 정미경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패배 후 착실히 지역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색초·수성중·수원고·경기대를 나온 수원 토박이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마설도 나왔다. 1월 8일 김 전 홍보수석이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하며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 현지 정가에선 김 전 홍보수석이 백 의원의 맞수로서 '험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22일 김 전 홍보수석이 경기 성남시 분당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설'로 그쳤다.
금곡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호매실지구의 대표 마을 가운데 하나인 칠보마을이 나왔다. 온통 펼쳐진 아파트로 숲을 이룬 단지다. 태권도·수학·영어 등 상가마다 2~3개씩 있는 보습학원이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곳임을 짐작게 했다.
단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는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원활한 출퇴근, 자녀교육을 위해 교통 사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건 몰라도 문재인 정부 시절 호매실역까지 신분당선을 뚫는 사업이 확정돼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증하듯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서희스타힐스 주민 30대 김현주 씨는 "백 의원이 신분당선도 연장해 주고, 굳이 잘하고 있는데 바꿀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은 '경상도당' 이미지가 강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40대 이모 씨는 "이창성 위원장이 지역에 공을 들인 것 같긴 하지만 백 의원을 이길 정도인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아미래도 1단지에 거주하는 20대 홍모 씨는 "민주당이 여당이고, 거대 의석을 가져서 가능했던 일이 많다고 본다. 이제 여당도 아니고, 의석수가 변할 가능성도 있으니 한 번쯤 바꿔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원병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22대 총선 접전 예상
호매실지구에서 권선구청과 수원역, 중동사거리를 지나 팔달문으로 향했다. 영동시장,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등 팔달문을 둘러싼 9개 시장을 통틀어 '남문시장'이라고 부른다. 팔달구, 즉 수원병 민심의 척도다.
시장마다 특색이 있는 듯했다. 남문로데오시장엔 영화관이 있고, 식당과 술집 등이 많아 먹자골목에 가까웠다. 남문패션1번가시장엔 이름답게 여성복, 아웃도어 등 다양한 종류의 옷이 300m쯤 됨직한 길을 따라 진열돼 있었다. 이곳을 지나니 나온 지동시장엔 채소, 생선, 정육 등 식품을 주로 팔았다. '순대곱창타운'에선 특유의 돼지 누린내와 내장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식당 테이블이 절반은 차 제법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보였다.
수원병은 수원에서 유일하게 일반구와 선거구가 일치하는 구역이다. 수원 전역 22개 재래시장 가운데 14곳이 이곳에 분포할 정도로 원도심에 가까운 지역이며 시장의 여론 형성 기능이 강한 곳이다. 그만큼 보수세가 강했다. 남평우·남경필 부자가 도합 7선을 달성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것도 옛말"이라는 말이 나온다. 20대, 21대 총선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내리 승리를 거두며 재선을 달성한 게 근거다. 이에 대해 수원의 한 지역 정치인은 "수원병은 고등동, 인계동, 매교동 등 보수 강세 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며 구도심 색채가 많이 옅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표심도 오리무중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입주가 채 안 돼 투표를 하지 못한 세대가 9000세대가 넘는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표를 던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원도심 지역인지라 주민 가운데 '우리가 진짜 수원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 된다.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곳이다. 접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김영진 의원이 3선을 노린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여겨지는 데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어 무난한 본선행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의 대항마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놓는 강수를 던졌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 다수 요직에 등용된 경제 전문가다. 수원 태생으로 수성고를 나와 지역과도 접점이 있다. 김용남 전 의원은 변수로 예상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으며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원래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나 방 전 장관의 등장에 반발, 1월 12일 탈당해 이른바 '이준석 신당'으로 불리는 개혁신당(가칭)에 전략기획위원장으로 합류했다. 개혁신당 후보로 수원병 출마가 거론된다.
수원갑·을과 달리 이곳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시민을 찾기가 쉬웠다. 지동시장 상인 70대 최모 씨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긴 하지만, 그럴수록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한번 뽑았으면 3년은 지켜봐야지"라며 "민주당에서 시장을 잘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을 보던 60대 최선희 씨도 "방문규 전 장관이 수원 출신이기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지냈다고 하니 지역경제를 잘 살리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며 "지역을 떠나 이재명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주변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있긴 한데, 대부분 외지인이다. 원도심 주민들 가운데엔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제3지대를 지지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남문로데오시장 영화관 앞에서 만난 김상엽(28) 씨는 "민주당이 여기서 두 번 이겼다곤 하지만 사람들이 딱히 김영진이나 민주당이 좋아서 찍어준 것 같진 않다"며 "국민의힘에선 방 전 장관을 보낸다는데, 지역과 연고가 딱히 없어 보인다. 수성고 나왔다고 찍어주는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양당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당 후보가 출마하면 뽑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원정
박광온 아성에 도전하는 신인 이수정
시장을 나와 법원사거리로 향했다. 수원정 지역이다. 사거리 뒤편으로 늘어선 구축 빌라들 뒤로 멀찍이 고층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광교 신도시와 같은 대표적 부촌과 매탄동 중심 구도심이 공존해 지역 격차를 보이는 곳이다.
수원정은 수원 지역구 가운데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가장 강했던 곳이다. 매탄동, 원천동, 영통1동, 광교1·2동을 관할한다. 17대부터 21대까지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초선을 한 정치 고향으로, 김 의장은 이곳에서 17대부터 19대까지 3차례 연속 당선한 바 있다. 2014년 지선에서 김 의장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로 자리를 비우자 같은 해 7월 치른 보궐선거에서 박광온 의원이 승리하며 직을 이어오고 있다. 박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도 출마해 4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맞수로 나온다. 경기대에서 일한 지역 경험을 바탕으로 수원정의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다. 매탄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수정 교수는 "험지임을 체감한다"며 "이수정은 좋은데, 국민의힘은 싫다는 시민을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 선거에선 주민들이 중앙 정치의 영향보다 누가 더 지역에 이득을 가져다줄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광교 신도시 교통 개선, 쓰레기 소각장 이전, 군공항 이전 등 산적한 지역 현안이 많다. 그동안 민주당이 이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 틈을 파고들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힘든 일"이라며 "중앙정부에 있던 방문규 전 장관이 수원에 온 것도 나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과 이 교수 간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역 민심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돼 섣불리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제20대 대선 당시 수원정은 수원의 5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득표율 1.7%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박 의원으로선 김준혁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도 변수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수원정 출마 의사를 밝히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친이재명계로 평가돼 친이낙연계로 여겨지는 박 의원에겐 만만찮은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2022년 지선 때 수원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결선에 오르면서 선전한 바 있다.
자리를 이동해 오후 5시 30분께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이른 퇴근을 한 시민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이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권으로 통근해 교통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광교1동에 거주하는 최수정(29) 씨는 "신분당선 말고는 통근 수단이 없는데, 열차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박광온 의원은 지역구에 소홀한 느낌이 들어 이수정 교수를 믿어보고 싶다"고 했다. 40대 박지훈 씨는 "국민의힘은 비호감이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마음에 든다"며 "그의 추진력이라면 수원 현안도 정말 해결해 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매탄동에 거주하는 30대 윤모 씨는 "이수정 교수는 정치 경험이 없어 신뢰가 안 간다"며 "중진급인 박광온 의원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무
거물 김진표 떠난 無主空山
"김진표 의원이 떠나니 딱히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인물이 없네요. 그래도 염태영 전 시장이 제일 유명하겠죠."
수원무 지역인 권선구 경수대로 수원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이상호(68) 씨의 말이다. 수원무는 20대 총선에서 신설된 지역구다. 수원정에 있던 김진표 의장이 옮겨와 20대·21대 총선에서 모두 의석을 가져갔다. 김 의장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민주당에선 염태영 전 수원시장과 이병진 전 수원무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나선다. 염 전 시장은 수원에서만 3선 시장을 지내 지역민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수원 태생에 매산초·수성중·수성고를 거쳐 지역 민심과도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이 전 대행은 10여 년간 김진표 의장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 역시 수원고·경기대를 나온 수원 출신으로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고 여겨진다.
국민의힘에선 박재순 수원무 당협위원장이 재도전해 21대 총선 패배 씻기에 도전한다. 1992년생으로 젊은 김원재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실 행정관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변수다. 1월 11일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직접 부탁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 전 사장 영입이 성공하면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수원무 지역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재순 당협위원장은 "벌써 세 명이 '전략공천' 됐다. 그들이 내려온다면 당연히 함께 힘을 합쳐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지만 그 이상 내려오면 민심 이반이 우려된다. 지역에서 일한 사람으로선 더는 전략공천이 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과 같은 현안은 집권여당 의원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며 "지역에 있던 나로선 민주당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대응이 모두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수인분당선 망포역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후보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망포역 아이파크에 산다는 30대 구모 씨는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별로 없다 보니 유명한 사람 가운데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하(49) 씨는 "이 지역엔 삼성전자 직원이 많아 재정적으론 퍽 여유로운 사람이 많다"며 "인프라도 괜찮은 편이라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어린이 교통공원에서 만난 주부 오민아(35) 씨는 "딱 하나 바라는 게 있다. 공항은 좀 이전했으면 좋겠는데, 민주당이 여당에다 180석을 가지고 있는데도 안 해줬다. 이젠 국민의힘을 믿어볼 참"이라고 말했다.
[+영상] 정치에는 한 톨의 미련도 없어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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