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원 광명시장 "실핏줄 정책으로 도시에 행복 돌게 할 것"[인터뷰]
"결정장애가 있다는 말을 두려워하지 마라"
"김포시 서울 편입, 김포·서울 시민에 달린 일"
[광명=뉴시스] 문영호 기자 = "정책의 성과를 시장의 성과로 남기려고 하니까 사업이 부대끼고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시민의 성과로 남도록 해야 시민이 도시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시정에 적극 참여하는 겁니다."
집무실에서 만난 박승원 광명시장의 말이다. 박 시장은 광명시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면서도 시장의 성과를 말하지 않는다. 지난해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을 무산시켰을 때도 박 시장은 '광명시민의 위대한 승리'를 말했을 뿐 시장의 치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 저변에는 '광명시의 미래는 광명시민이 결정한다'는 박 시장의 시정운영 철학이 깔려 있다.
첫 대면한 박 시장의 인상은 푸근하다. 마주 앉은 책상을 대신해 화로를 가져다 놓았다면 옛 이야기를 구수하게 늘어놓았을 것만 같다. 실제 시 읽기와 짓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국문학과 출신이다. 박 시장은 정치인이지만 여느 정치인과는 다르다. 재선 시장으로서 시정을 이끌어가면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성과를 말하지 않는다. 대뜸 물었다. 3선 시장이 되고, 정치를 하려면 그동안의 성과로 표심을 사야 하지 않은가?
"저는 성과주의자는 아니다. 임기 중에 뭘 남겨 놓을지 고민하는 것은 자기 정치를 연장하기 위한 성과주의적 사고와 판단이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성과들은 어찌 보면 그 시대에 필요한 일을 하는 거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 거고, 했을 것이다"
박 시장은 "저는 시민이 함께하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의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사업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많이 한다. '이렇게 하면 시민에게 혼 나', '이렇게 하면 시민들이 좋아해'를 입에 달고 산다.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수요자의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타 지자체와 달리 광명시장과 실·국장의 일정표에는 시민 토론회와 시민 간담회가 유난히 많다. 하나의 정책이 결정되기까지 시민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다 보니 정책결정이 더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개의치 않는다. 시민이 호응하는 정책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인이 결정장애가 있다는 말을 듣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마라'는 조언을 들었다. 취임 초에 결정이 느리다. 결정장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시민과 함께하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박 시장은 "재임기간 동안 기후적응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핏줄 같은 정책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싶다. 행복이 도시에서 돌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도시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로 잘 갈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이 스스로 시정에 참여해 지속적으로 도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시정의 중요한 방점을 찍고 있다"고 말한다.
광명에는 '기후의병'이 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외세침입에 맞서 의병을 일으켰 듯 지구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태동한 의병이다. 임무는 탄소중립 실천. 광명시민은 탄소중립 실천에 참여선언만 해도 탄소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받는다. 실제 재활용품 분리배출 등 자원순환에 동참하거나 에너지 절감, 장바구니 사용, 나무심기에 동참해도 탄소포인트를 받는다. 5개 분야에 17개 항목이다. 시민들에게 생활 속 실천항목을 묻고, 이를 반영해 정책으로 만든 거다.
동맥과 정맥은 실핏줄 없이는 연결되지 않는다. 동맥에서 흘러가는 시의 정책이 실핏줄을 통해서 시민의 실생활과 만나야 비로소 정맥을 통해 성과로 나타나고 다시 심장에서 선순환된다. 그만큼 정교하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2023년 말 광명시 기후의병은 5200명, 탄소중립 실천건수는 9만7000건에 달한다.
박시장은 광명시는 물론 김포시 서울편입 논의에 대해서도 '시민'으로 풀어간다.
"김포시 서울편입은 전적으로 김포시민과 서울시민에게 달렸다.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민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충분한 협의와 토론이 필요하고, 1차적으로 김포시민과 서울시민의 이해가 맞아야 한다"며 "광명시민들은 서울편입에 대해 부동산 가치 상승효과를 반신반의하는 정도다. 시민의 전반적인 뜻은 서울의 혐오시설이 더 올 수 있다거나 백지화된 구로 차량기지 이전이 다시 추진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민의 뜻에 따라 광명의 서울시 편입은 논의 필요성조차 없다는 말이다.
자신은 성과주의자가 아니라는 박시장에게 그동안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묻는 건 무의미했다. 문득 집무실 입구 벽시계에 새겨진 문구를 떠올렸다. '박승원답게'.
"제가 정치적 수가 많아서 잔꾀를 부리면서 정치·행정을 하는 사람은 못 된다. 시민 의견 묻고, 거기에 따라 판단한 대로 그냥 펼쳐나가는 것. 그게 내 스타일이다. 옳으냐 그르냐는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거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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