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 강제 데뷔! 후반 투입 → 평점 6.7점…바이에른 뮌헨, 우니온 베를린에 1-0 진땀 승리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에릭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 데뷔전을 치렀다. 절친인 해리 케인은 득점이 멈춰 고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3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우니온 베를린에 1-0으로 이겼다. 직전 경기에서 베르더 브레멘에 발목이 잡혔던 바이에른 뮌헨은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나 선두 추격을 이어갔다.
이로써 바이에른 뮌헨은 14승 2무 2패 승점 44점을 기록해 선두 바이어 04 레버쿠젠(승점 48점)과 격차를 4점으로 좁혔다. 이제 레버쿠젠과 경기수를 맞춘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기 승점 차이를 좁혀야 12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변함없이 주전을 내보냈다.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르로이 사네, 자말 무시알라, 킹슬리 코망, 레온 고레츠카, 조슈아 키미히, 라파엘 게레이루, 다요 우파메카노, 마티아스 더 리흐트, 콘라드 라이머,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로 선발 11명을 구성했다.
우니온 베를린은 이번 시즌 페이스가 좋지 않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각각 5위와 4위를 기록하며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복병으로 올라섰던 우니온 베를린인데 올 시즌에는 초반에 승점을 많이 잃었다. 특히 3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9경기 연속 패배를 기록하면서 총 10경기 무승으로 강등권 근처로 뚝 떨어졌다. 해가 바뀐 뒤에도 프라이부르크와 비겨 여전히 반등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바이에른 뮌헨이 크게 이기면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던 경기였다. 이를 의식하듯 바이에른 뮌헨도 전반 3분 키미히의 패스를 받은 사네가 문전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하며 포문을 일찍 열었다. 6분에도 키미히의 크로스를 더 리흐트가 공격 진영까지 올라와 헤더로 연결했다. 함께 공격에 가담한 우파메카노가 2차 슈팅까지 했지만 상대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공격을 계속 퍼부었다. 수비수들의 과감함이 엿보였다. 전반 12분에는 라이머가 오른발 슈팅을 했고 18분에는 또 더 리흐트가 제공권을 활용해 머리로 슈팅했지만 골대를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포지션 가리지 않고 슈팅을 퍼붓기 시작했다. 코망을 시작으로 고레츠카, 키미히까지 소나기 슈팅을 우니온 베를린에 했다. 전반 34분에는 게레이루도 올라와 슈팅으로 마무리하고 내려갔다.
전반이 끝나기 전까지 사네의 왼발 슈팅으로 우니온 베를린은 두들기던 바이에른 뮌헨은 추가시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고레츠카의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혀 나왔고 무시알라 앞에 떨어졌다. 무시알라의 리바운드 슈팅이라면 골을 기대할 거리였는데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전반 내내 15개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일방적인 흐름을 보여준 바이에른 뮌헨인데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후반에 가려졌고, 바이에른 뮌헨은 하프타임이 끝나고 부상을 당한 우파메카노를 빼고 다이어를 투입했다. 다이어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토트넘 홋스퍼에서 영입된 센터백이다.
토트넘에서는 느리고 판단력이 좋지 않아 4순위 센터백이었지만 김민재가 클린스만호에 차출된 지금 바이에른 뮌헨은 중앙 수비수 보강 차원에서 다이어를 택했다. 우파메카노의 몸상태가 마냥 좋은 게 아니어서 다이어 영입이 다행으로 여겨진 순간이었다.
계약 이면에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케인이 다이어 영입에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는 것. 실제로도 케인은 다이어를 여러번 극찬했다.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자 케인은 "다이어와 오랫동안 함께 알고 지냈기 때문에 다이어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잘 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이 다이어를 영입하게 되어 기쁘다. 팀에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인이 영입 배후가 된 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들었던 토트넘에서 함께 보냈던 시간이 크게 작용했다. 케인은 토트넘과 잉글랜드 대표팀을 오가며 다이어와 오랜 시간을 보낸 선수였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 다이어 영입을 적극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은 케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지난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 영입을 발표했다. 케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었다.
이를 두고 말은 많았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다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건 훌륭한 움직임이다. 케인은 다이어에게 바이에른 뮌헨이 얼마나 훌륭한 클럽인지 말해줬을 것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다이어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토트넘 핵심 수비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말이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센터백이 부상을 당해도 풀백을 내세웠다. 다이어가 토트넘을 떠날 적절한 시기였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이어는 좋은 수비수다. 다이어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은 경기를 지배한다. 그가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게 좋은 이적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의 에이전트는 정말 믿을 수 없다. 다이어는 그의 에이전트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다이어 이적은 미스터리였지만 결국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다이어는 "내 꿈이 이뤄진 이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뛰길 원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이며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수비를 비롯해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통해 팀을 돕고 싶다. 새로운 동료들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하루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이어의 영입을 도맡아 처리한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 계획에 늘 있었던 선수다.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에서 귀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다이어의 개인 기량과 국제적인 경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말처럼 다이어는 우파메카노의 갑작스런 부상을 메워주는 카드였다. 조금은 강제된 데뷔전이었지만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운드를 밟았다. 다이어의 부담을 새로운 동료들이 빠르게 덜어줬다. 골만큼 좋은 게 없었다.
전반 흐름을 이어간 바이에른 뮌헨이 후반 1분 만에 결승골을 뽑아냈다. 케인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나오자 게레이루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기선을 잡은 바이에른 뮌헨은 더욱 매서워졌고 케인도 자기 득점을 위해 애를 썼다. 앞서 브레멘전에서 침묵한 터라 골 의지가 상당했다. 후반 10분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노골로 판정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추가 득점을 위해 애를 썼다. 무시알라가 날카로운 슈팅도 시도했으나 골키퍼에게 막혔다. 후반 36분 고레츠카의 헤더도 위협적이었는데 우니온 베를린 골키퍼의 선방이 대단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1골 차 승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90분 내내 72%의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22개의 슈팅, 10개의 유효슈팅으로 압도했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이날 바이에른 뮌헨의 기대 득점(xG)은 1.95였다. 2골은 넣었어야 할 경기였는데 1골에 그친 만큼 득점력을 따져야 했던 하루였다.
워낙 주도하는 경기였기에 바이에른 뮌헨의 평점은 대체로 높았다. 결승골을 넣은 게레이루가 9.4점으로 1등이었고, 키미히(8.1점), 사네(7.9점), 고레츠카(7.8점) 순이었다. 데뷔전을 치른 다이어는 6.7점으로 준수했다. 경합 과정에서 한 차례 스이하고 패스 성공률도 91%(40/44)를 기록하긴 했으나 소유권을 4차례 잃은 부분은 불안요소였다.
다만 케인의 득점이 터지지 않은 게 아쉽다. 케인은 브레멘전 이후 2경기 연속 무득점을 이어갔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에 처음 겪는 무득점 행보다. 그만큼 입단 첫 시즌, 그것도 전반기 동안 케인의 활약은 대단했다. 현재까지 분데스리가에서 22골을 넣었다. 역대 전반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
단일 시즌 전반기에 22골을 넣은 건 2020-21시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었다. 당시 레반도프스키는 전반기 득점력을 바탕으로 41골을 기록했다. 케인도 같은 페이스라 시즌이 끝날 때 분데스리가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케인의 활약으로 레반도프스키의 예언도 무색해졌다. 레반도프스키는 케인에 앞서 바이에른 뮌헨의 최전방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며 총 375경기 344골을 남겼다. 분데스리가에서만 238골을 폭발했다. 전반기부터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던 2020-21시즌에는 게르트 뮐러의 한 시즌 최다 득점(40골)을 넘기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케인도 득점력에 있어서는 못지않다.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371경기 213골로 역대 최다 득점을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를 과시했다. 비록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나 프리미어리그에 족적을 남길 수 없게 됐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득점 역사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레반도프스키는 지난해 10월 독일 '스포르트 빌트'를 통해 "케인은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다. 그러나 첫 번째 시즌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변하는 게 많이 때문"이라며 "바이에른 뮌헨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케인은 레반도프스키가 생각한 그릇보다 컸다. 시즌 초반부터 매섭게 골을 챙긴 끝에 레반도프스키가 세운 전반기 최다골과 동률을 이뤄냈다. 이를 포함해 공식전 24경기에서 26골 8도움으로 최고의 개인 기록을 쓰고 있다.
문제는 우승이다. 케인은 프로 생활 내내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전성기를 누리면서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지만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했다. 토트넘 시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무관 탈출을 기대했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잉글랜드의 주장으로 유로 2020 결승 진출을 이끌었으나 이탈리아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저주가 끊길 것으로 봤다. 그것도 입단 직후 바로 우승컵을 들 것이란 전망이 지대했다.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독일 슈퍼컵은 바이에른 뮌헨이 가볍게 들고 시작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RB 라이프치히에 0-3으로 패했다. 컵대회에서도 자르브뷔켄에 패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당연하게 들던 2개의 컵을 놓치면서 이제 남은 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뿐이다.
독일 매체 '빌트'는 "케인의 사악한 저주"라는 제호 아래 "케인은 아마도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유일한 월드 클래스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차례 득점왕을 차지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62골로 역대 최다 득점자다. 그런데 우승컵을 하나도 들지 못했다"고 조명했다.
이어 "트로피를 보장하는 바이에른 뮌헨에 왔지만 슈퍼컵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에서 탈락했다. 이제 레버쿠젠과도 격차가 크다"며 "바이에른 뮌헨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무관 시즌을 보내면 케인의 저주는 더욱 불길해질 것이다. 팬들은 레버쿠젠의 우승과 케인이 무관을 탈출하길 바란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양립할 수는 없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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