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뺨까지…" 메타버스 구조조정 나선 게임업계, 규제까지 '이중고'
국내 메타버스(가상세계) 산업계의 현실이다. 특히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이를 주도했던 국내 게임사들의 메타버스 사업 축소나 폐지 도미노가 시작됐다.
넷마블 계열사인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 19일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 전 직원 70여명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후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컴투스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컴투버스도 본격 서비스 개시를 한지 2개월여만인 지난해 9월 희망퇴직을 받으며 사업 축소에 들어갔다. 카카오의 손자회사인 넵튠의 자회사 컬러버스도 두 차례의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실상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ICT 기업에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차가운 현실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산업군들은 치명타를 입었지만,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빅테크 회사들의 서비스와 콘텐츠는 '비대면 생활'을 얼마든 가능케 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재삼 부각되면서 매출과 이용자가 한꺼번에 대폭 늘어나는 수혜 대상이 됐다. 이를 만들고 서비스 할 개발자들의 몸값은 폭등했고, 마치 '도미노'처럼 대형 회사뿐 아니라 중소형 회사들도 인력 영입전에 참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팬데믹은 3년여만에 엔데믹으로 전환했고, 빠르게 일상생활이 재개되면서 온라인 서비스는 당연히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기대치 못한 수익이 넘쳐나던 시절에 대거 영입했던 고액 연봉의 개발자들과 치열한 검증없이 트렌드에 발맞춘 각종 사업들이 이젠 수익을 깎아먹는 '계륵'이 됐고, 사업이 어려워지자 정리 대상 우선 순위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막 발돋움 하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기도 전에 고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마블에프엔씨의 메타버스월드는 2022년에 357억원의 순손실, 컴투스의 컴투버스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83억원 적자, 컬러버스는 지난해 115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게임들이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해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게임사의 '일상사'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일찌감치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2~3년 이후의 사업 예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류에만 편승했다는 '근시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이들 회사들이 대부분 자체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블록체인 사업을 하면서 이를 본격 활용할 무대 중 하나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기에, 향후 사업 전개에 대한 신뢰도까지 흔들릴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게임 요소가 들어간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해 게임물로 관리하겠다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적용을 추진하는 엇박자까지 불거지면서 산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 네이버제트, 메타버스 사업을 하는 교육이나 의료 플랫폼 회사, 통신사 등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면서 메타버스가 많은 게임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게임법 적용 대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참가 회원사들은 게임 콘텐츠가 상당히 적고, 소셜 활동이 대부분인데 게임물로 관리하겠다면 현재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만약 게임물로 취급될 경우 국내에서 등급 분류와 함께 본인 인증이나 과몰입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비용 증가와 더불어 글로벌 서비스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메타버스라는 틀을 벗고 가상세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VR(가상현실) 연구 선구자인 김동현 가상현실콘텐츠산업협회 명예회장은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SF소설에서 처음 쓰였고, 게임 창작 툴이자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때 차별화 전략으로 자신들을 메타버스라 주장하면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와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게임 콘텐츠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가 아닌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가상세계'는 현실을 거의 대체할 수 있도록 오감을 모두 사용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며 "이처럼 가상세계는 이제 고작 문턱을 넘은 것으로,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와 기술, 시스템 등이 담겨야 한다. 이처럼 본질을 안다면 결코 게임물로 규제할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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