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힐튼 호텔의 철거와 보존 사이…'힐튼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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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자락의 5성급 호텔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하 힐튼 호텔)이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1983년 개관한 힐튼 호텔은 약 40년간 수출 한국의 비즈니스를 뒷받침한 장소이자 역사적으로 주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린 공간이었다.
1980년까지 서울의 특급호텔은 대부분 일본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졌지만 힐튼 호텔은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한국인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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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서울 남산자락의 5성급 호텔인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하 힐튼 호텔)이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1983년 개관한 힐튼 호텔은 약 40년간 수출 한국의 비즈니스를 뒷받침한 장소이자 역사적으로 주요한 대형 이벤트가 열린 공간이었다.
개관 첫해 국제의원연맹회의(IPU)가 열렸고,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방송사인 NBC방송 본부가 차려졌다. 1992년에는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내외의 공식 방한을 기념하는 관련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1980년까지 서울의 특급호텔은 대부분 일본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졌지만 힐튼 호텔은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한국인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이 호텔은 1986년 서울시 건축상 금상을 받았다.
김종성 건축가는 힐튼 호텔 상징이던 로비(아트리움)에 대해 "메인 로비에 들어와 낙차를 이용해 서쪽으로 파고 내려가면서 거대하고 우아한 공간을 만나도록 디자인했다"며 "호텔에 들어왔을 때 모든 사람이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환대를 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대우그룹이 와해하면서 대우개발 소속이던 힐튼 호텔은 1999년 싱가포르계 CDL호텔코리아에 팔리며 2004년 밀레니엄 힐튼 서울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CDL이 20여년간 운영한 호텔은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에 다시 매각되며 철거될 운명에 놓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 호텔을 허물고 주변 건물을 추가 매입해 오피스·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수정된 힐튼 재개발사업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호텔 로비의 계단과 기둥 등 일부만 보존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출간된 '힐튼이 말하다'는 모더니즘 건축물인 힐튼 호텔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기록집이다. 건축사적, 사회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과 그 역할을 조명했다.
또한 38쪽에 이르는 설계 도면을 비롯해 기공식, 공사 현장, 개관 당시 모습부터 영업 종료를 앞둔 시기까지의 사진을 아카이브로 실었다. 힐튼 호텔과 함께 변화한 주변 풍경, 힐튼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을 담은 사진도 수록했다.
책 출간은 지난해 4월 문화예술전문 매체 '컬처램프'가 창간 기획으로 개최한 특별 좌담회 '건축가 김종성과의 만남: 힐튼 호텔 철거와 보존 사이'가 계기가 됐다.
좌담회에서는 김종성을 비롯한 중견 건축가들이 1980년대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현대 건축 자산인 힐튼 호텔 철거가 올바른 결정인지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당초 좌담집을 만들려던 계획은 이번 기록집으로 이어졌다.
김종성 건축가는 책에서 객실타워는 주거용도 또는 상업지역 내의 오피스텔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활용하고, 브론즈·대리석 등의 마감재가 쓰인 18m 높이 로비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건축가 홍재승도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고 장소인 서울 힐튼 같은 현대 건축물을 포함하여 우리 일상을 기억하는 공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짚으며 "근현대문화유산법을 필두로 한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된다면 서울 힐튼이 개발 중심의 초점에 맞추어지는 것에서 벗어나 역사, 문화,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램프북스. 320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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