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못해·수수료도 못늘려'…은행들 골머리

이경남 2024. 1. 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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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부릅뜬 정부…'이자이익' 성장 제동
수수료 무료의 덫…'비이자' 늘릴 곳 없어
규제완화 기대 크지만…막연한 기다림만

은행들이 연초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업 환경이 바뀌면서 먹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그동안 은행들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이자 이익은 금융당국의 '상생' 주문에 그 비중을 늘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상쇄할 비이자 이익의 경우 핵심인 수수료 항목이 점차 '무료화'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공언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내내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자·비이자 양날개 '휘청'

은행의 수익원은 크게 이자 이익과 비이자 이익으로 나뉜다. 이 중 80%를 넘게 차지하는 것은 이자 이익으로 말 그대로 고객에게 대출을 내어주는 대가로 받는 이자에서 발생한다.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대출 수요마저 늘어나자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 2021년 27조원을 기록하더니 2022년에는 33조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2022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연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정부 역시 은행들의 이자 이익에 기댄 수익 포트폴리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의 흐름도, 정부의 정책도 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결국 수익 방어를 위해서는 비이자 이익을 늘리는 것이 해법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비이자 이익을 늘리는 핵심 영역인 수수료 부분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서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이 금융권 안팎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수수료 수익 증가가 지지부진해 온 사이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는 점차 '무료화' 돼 갔다. 

무료화의 선두에 선 것은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이들은 이체와 송금 등 핵심 금융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 무료를 내걸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환전에도 무료화 서비스를 선언하는 곳 까지 나왔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함께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건당 수수료는 적지만 가장 자주 활용되는 서비스들이 점차 무료화 되면서 수수료 부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며 "몇 년 전만해도 은행들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수수료 증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미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무료 수수료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다시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희망인데…

은행은 꾸준히 가장 많은 금융소비자가 찾는 접점의 위치를 공고히 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 증권, 카드 등 타 업권의 금융상품을 위탁 판매해 왔다. 다만 판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한정적이다.

게다가 최근 홍콩H지수 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금융투자상품 가입률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네이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금융플랫폼에서의 금융상품 판매 허용 등으로 인해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이에 판매를 넘어 고객의 자산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투자일임업' 영위는 은행들의 해묵은 숙원이다. 그러나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데다 증권업계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도 좀처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은행은 은행법상 명시된 업무만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예고해 통신, 유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비은행 업권 진출 방안을 내부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왔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은행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다른 업권의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최근에는 상생금융이 정책의 우선순위에 자리잡으면서 비금융업 진출을 위한 은행법 개정은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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