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시간 속 함께일 수 없는 남녀…'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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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한편의 소파에 앉은 여자가 이별을 통보하는 애인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친다.
다른 한편에는 첫 만남을 앞둔 남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빈다.
이별에서 첫 만남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자, 첫 만남에서 이별로 나아가는 남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감정을 알지 못한 채 엇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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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무대 한편의 소파에 앉은 여자가 이별을 통보하는 애인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친다. 다른 한편에는 첫 만남을 앞둔 남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빈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5년간 이어진 연애와 결혼 생활을 끝맺은 커플이다. 이별에서 첫 만남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자, 첫 만남에서 이별로 나아가는 남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감정을 알지 못한 채 엇갈리고 있었다.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 접해봤을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승승장구하는 남성 작가 제이미와 배우를 꿈꾸는 여자 캐시는 여느 젊은 커플처럼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을 마주한다.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낯간지러운 대화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다툼까지도 보편적인 커플의 모습과 닮아있다. 지방 공연을 떠난 캐시가 제이미 없이 보내는 외로운 나날에 관해 애교 섞인 투정을 늘어놓는 장면에서는 사랑을 시작한 커플의 풋풋함도 느낄 수 있다.
작품은 두 사람의 시간을 엇갈리게 하는 연출로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제이미와 캐시는 매번 홀로 무대에 올라 정반대의 감정을 노래한다. 캐시가 결혼 생활 속에서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제이미는 캐시와 결혼 생활을 꿈꾸며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괴리를 부각한 연출로 인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극 전반에서 외로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현악기와 피아노가 주축이 된 재즈풍의 멜로디는 노래에 애틋함을 더했다.
제이미와 캐시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극에 달했다. 매 순간 엇갈리던 두 사람은 부드러운 조명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맞으며 처음 서로를 바라봤다. 홀로 무대에 올라 강하게 감정을 실어 노래하던 배우들이 조심스럽게 화음을 쌓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단출하게 꾸린 무대는 배우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작품은 책상과 소파, 의자 등 소품을 최소한으로 배치해 배우들의 사소한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충주는 사랑과 성공 두 가지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제이미를 연기하며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캐시 역의 민경아는 오디션을 보러 간 배우가 경험하는 시시콜콜한 감정을 노래하며 과장된 몸동작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두 사람의 감정을 90여분 분량으로 담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건너뛰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라이브 연주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각본의 아쉬움을 채웠다.
또한 작품은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제이미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는데, 심리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장면도 있었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1999년 토니상을 받은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작품이다.
2002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03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15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시즌으로 이지영이 연출을 맡았다.
제이미 역에는 이충주와 함께 최재림이 출연하며, 캐시 역은 민경아와 박지연이 맡는다.
공연은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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