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도 겨우 찌웠다' KIA 1R 신인의 남모를 고민 "자고 일어나면 살이 빠졌다"
이유는 비슷했다. 2023년 1라운더 윤영철(20)과 2024년 신인 조대현(19) 모두 각각 고등학교 시절 에이스로 활약하며 많은 공을 던졌다. 어깨에 휴식을 주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프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게 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방향이 크게 달랐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석했던 윤영철과 달리 조대현은 함평-기아챌린저스필드에만 겨울 내내 머물렀다. 또 윤영철은 새해가 된 뒤 직구, 변화구 상관없이 공을 자유롭게 던지기 시작했다. 1월 들어 조금씩 공을 던지기 시작한 조대현에게 허락된 건 여전히 캐치볼 수준이다. 약점으로 지적 받는 변화구에 대한 계획도 현재로선 잡힌 것이 없다. 당장 1군에서 쓸 수 있는 완성형 재능이었던 윤영철과 다르게 조대현은 일단 재능을 담을 그릇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드래프트 당시 조대현은 193㎝의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타점과 평균 시속 144㎞, 최고 시속 151㎞의 직구가 매력적인 우완 투수였다. 좋은 직구를 뒷받침할 마땅한 변화구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슬라이더는 시속 120㎞ 초반으로 빠르지 않고 체인지업은 헛스윙을 좀처럼 끌어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 통산 37사사구 중 11개에 달하는 몸에 맞는 볼이 증명하듯 변화구 제구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기대치가 없었다면 1라운드에 뽑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대현은 대표적인 프로젝션형 유망주로 꼽힌다. 지금 당장보단 4~5년 뒤가 기대되는 선수로 구단의 정확한 판단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대현을 지켜봤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지금 당장은 직구 하나만 매력적이지만, 실링(기대하는 최대치) 자체는 1라운드에 지명할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심재학 KIA 단장 역시 "양현종도 2007년 입단해 1승을 거두고 천천히 시작했다. 조대현도 당장 1군에서 선발로 쓸 수 있는 선수라기보다는 그처럼 우리의 육성 시스템으로 키우면 굉장한 잠재력이 터질 수 있는 기대감이 커서 1라운드에 뽑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KIA 구단은 이번 겨울 조대현에게 한 가지 과제를 줬다. 신인 계약 후 함평-기아챌린저스필드에 들어갔을 당시 몸무게였던 86㎏을 98㎏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사실 운동선수들이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며 건강하게 몸무게를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아니었던 조대현에게는 남들을 모를 고민이었다. 구단에서도 어느 정도 식단을 포기하고 일단 몸무게 자체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나서야 두 달간 8㎏을 겨우 찌울 수 있었다.
최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조대현은 입단 후 가장 힘들었던 일로 체중 증량을 꼽았다. 조대현은 "어릴 때부터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었다. 입이 짧지 않고 함평도 밥이 정말 잘 나와서 무조건 많이 먹는데 자고 일어나면 살이 빠졌다. 계속 먹어도 빠지다 보니 정말 힘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몸무게를 늘린 것이 지금의 94㎏다. 이것도 정말 어렵게 찌웠는데 주위에선 아직도 보기엔 말랐다고 더 찌워야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타고난 밝은 성격과 최근 체질 개선을 통해 구속 증가를 실현한 KIA 구단을 향한 믿음이 그를 버티게 해줬다. 지난해 KIA는 평균 직구 시속이 140㎞ 언저리에 불과했던 최지민(21·2022년 신인 2차 1R)과 평균 140㎞ 중반의 직구를 던졌던 곽도규(20·2023년 신인 5R)의 구속을 150㎞ 초반까지 끌어올려 화제가 됐다. 특히 강릉고 직속 선배 최지민의 달라진 모습은 조대현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조대현은 "(최)지민이 형이 강릉고 출신이기도 해서 형이 나오는 KIA 경기를 고등학교 때 많이 봤다. 그러다 지난해 지민이 형이 시속 150㎞의 공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KIA가 구속을 올려주고 몸도 잘 만들어주는 구단이라는 걸 느껴서 그때부터 KIA에 지명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KIA에 가면 나도 몸을 잘 만들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증량을 통해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구속은 시속 155㎞다. 그리고 직구를 뒷받침하고 자신에게 알맞은 변화구를 찾고 제구력을 키우는 것이 조대현의 스프링캠프까지의 목표다. 그는 "주로 던지는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인데 스프링캠프에 가서 선배들에게 여쭤보면서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한다"며 "제구는 스트라이크를 넣는 것(컨트롤)은 자신있다. 다만 변화구를 던지다 타자를 맞히고 볼카운트 싸움에서 볼넷을 주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은 보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KIA 선수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 조대현이다. 그는 올해는 곽도규, 장래에는 정해영(23)처럼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조대현은 "입단 후 함평에만 있다 보니 아직도 내가 KIA 선수라는 것이 실감이 잘 안 난다.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서 중계화면에 잡힌 내 모습을 봐야 KIA 선수라고 느낄 것 같다"며 "난 평소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스타일이다. 마운드에서도 의기소침한 모습보단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올해 목표는 보직에 상관없이 1군에 가는 것이다. 신인이 선발로테이션에 드는 건 (윤)영철이 형이 대단한 것이다. 올해는 (곽)도규 형처럼 중간 계투로 나가 마운드 위에서 강한 공을 던지고 싶다. 또 1~2점 차 중요한 승부처에서 위기를 막기 위해 정해영 선배님이 올라가는 게 멋져 보였다. 나중에는 정해영 선배님처럼 팀에서 믿고 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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