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경선에 남는 이유는…트럼프의 '사법리스크'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까지 기분 좋은 2연승을 거두면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예약한 것이나 다름 없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경선 완주'를 택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를 받아보고 '경선 하차'를 한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라 주지사와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각 주 경선에 할당된 대의원을 차근차근 확보해 과반을 넘겨야한다. 산술적으로 따져봤을 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3월 중순이 되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수인 1215명의 대의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경선을 최근 있었던 대선 경선 중 가장 짧은 경선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대 각당의 대선 경선이 보통 5~6월에 후보가 결정되는 것에 비하면 3월도 빠른 것인데, 왜 이렇게 조급증을 내는 것일까.
트럼프측은 이미 대세가 굳어졌으니 쓸데없는 경선에 돈 낭비를 하지말고 그 역량을 하나로 모아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 시종일관 불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직후 헤일리측의 '경선 완주' 입장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는 아이오와에서도 3위를 했는데, 망상에 빠져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겉으로는 경선을 조기에 끝내고 본선을 준비하자고 독려하고 있지만, 속내는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는 든든한 '뒷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화당 경선 후보의 위치와 공화당 대선 후보와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헤일리 전 대사측 역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경선에 남아있는 것일 수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수많은 경선 후보들도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출사표를 던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대선결과 전복 시도 등 91개 혐의로 4차례나 기소된 상태다. 그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미국 정치판에는 또다시 한차례 격랑이 몰아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참가한 공화당원 세명중 한명은 트럼프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이를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해야한다는 소송과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앞서 소송 원고들은 미 수정헌법 14조 3항을 원용해 트럼프의 후보 자격 박탈을 주장했지만, 각 주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결국 연방대법원이 오는 2월 8일 심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이르면 2월중에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따라 헤일리측이 12개 이상의 주에서 경선이 치러져 약 900명의 대의원이 선출되는 3월 5일(슈퍼 화요일) 전까지 경선을 그만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선 두 번의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확보한 대의원 수는 수십명에 불과하다.
여기다 연방특검이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한 건도 트럼프 전 대통령측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다만 이 사건의 공판 일정은 당초 3월 4일로 잡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면책 특권'을 내세워 '지연 전략'을 펴면서 현재로선 일정이 슈퍼 화요일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큰 상태다.
헤일리 전 대사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경선 과정에서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오는 2월 24일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당 안팎의 '경선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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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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