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선산’ 속 연기 아쉬워...칭찬 민망”[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1. 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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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독점? 거절할 이유 없었죠.”
“데뷔 30주년, 매 순간 최선의 선택하며 즐겁게”
‘선산’으로 돌아온 김현주. 사진 I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님 독점이요? 각자 다른 작품을 하고 ‘선산’으로 다시 만난 건데 어쩌다 보니 공개 시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진 것 같아요. (웃음) 그동안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였고, 장르였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 없이 도전했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요? 하하!”

올해 새해 안방극장의 포문을 연 배우 김현주(46)는 ‘선산’ 연상호와의 연이은 호흡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전 세계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선산’(극본 연상호, 연출 민홍남)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지난 21일 기준 넷플릭스 TV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6부작으로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등이 출연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을 잘 찾아보지 않는다”는 김현주는 “(대중 반응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 작품,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지 않나.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대략적인 반응만 파악할 뿐, 일부러 세세하게 찾아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과 끈끈한 영화 동지 김현주. 사진 I 넷플릭스
김현주가 연기한 윤서하는 기구한 인생의 기간제 대학 강사다. 집안에 화를 몰고 온다는 아버지는 어릴 적에 떠났고, 남자에 빌붙어 사는 엄마도 지겨워 홀로서기 했다. 지금은 전임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필까지 자처하며 필사적으로 버텨왔다. 필라테스 강사인 철부지 남편(박성훈 분)은 틈만 나면 바람을 피우고. 온갖 역경을 참았건만 금수저 경쟁자에 또 밀리며 절망하던 중 (생전 왕래 없던) 작은 아버지 ‘명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혼란스런 가운데 자신도 선산에 자격이 있다는 배다른 동생 김영호(류경수 분)가 나타나고, 남편은 누군가의 사냥총에 맞아 갑작스레 사망한다. 기이하고도 불길한 일들이 계속되자 이복남매 영호를 향한 서하의 의심과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끌렸어요. 욕설 연기도 처음이었고요.(웃음) 파격 설정이 좀 우려되긴 했지만, 작품 전체의 흐름이 좋았고, 새로운 결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어요. 다른 캐릭터이지만 새로워야 한다는 걸 의식하진 않았고, ‘마른 가지’라는 큰 그림을 그린 채로 이야기 안에 녹아 들어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갔고요.”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 ‘지옥’ 시리즈, ‘정이’에 이어 ‘선산’까지 연달아 네 작품을 함께 했다. “매번 새롭고 놀랍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영화적 동지”리는 연상호 감독의 찬사에, 김현주도 “항상 감사하고, 든든한 영화적 동료”라고 화답했다.

“마음은 있지만 용기가 부족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할 수 있게끔 응원해주고 무한 지지해주는 감사한 분이에요. ‘지옥’의 액션이라든지, ‘선산’의 찌질함이라든지...저의 새로운 면을 끌어내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제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어 주셨죠.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김현주는 ‘선산’의 마지막 장면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사진 I 넷플릭스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 부부 연기를 한 데 이어 ‘선산’으로 곧바로 재회한 박희순에 대해서도 “별로 마주치는 장면이 많진 않아서 할 수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어쩌면 ‘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붙는 신이 별로 없이 후반부에서만 만나 오히려 우리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는 가깝게 느끼고 든든했지만 작품 속에서는 거리감이 있었다”면서 “서로 의지하고, 상의하며 해나갔다”고 깊은 신뢰를 보였다.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역시나 ‘가족’에 대한 복합적인 의미가 내포된 ‘주제’가 집약된 엔딩이다.

“마지막 대사가 가장 어려웠다”는 김현주는 “‘가족이에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그렇다고 이 상황을 모두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부정하기도 뭐하고, 마음의 혼란이 계속되어서...그 혼돈의 마음 그대로를 담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민 감독님과 끝까지 톤을 고민하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장면이에요. 여러가지 버전을 촬영했고요. 저 또한 너무 어려웠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 민 감독님과 대부분 소통했는데, 이 장면 만큼은 연상호 감독님께도 여쭤보고 상의드렸어요. 사실 ‘가족’이라지만 남처럼 지내는 분들도 있고, 남보다 못한 관계도 있잖아요. 그냥 그 모든 관계를 그래도 ‘가족’이라고 부르고요.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단 그런 광법한 의미를 담은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데뷔 30년차가 된 김현주는 앞으로도 최선의 선택을 하며 자연스럽게 가고 싶다고 했다. 사진 I 넷플릭스
인터뷰 내내 모든 질문에 정성스레 답하는 그였다. 솔직하면서도 진지하고 겸손했다. 그가 왜 연 감독과 동료들의 신뢰를 받는지, 또 함께 하고 싶은 배우인지 이해가 갔다.

“아무래도 새로운 걸 할 때마다 부담감도 있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요. 그동안 억누르는 감정 연기를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폭발시키는 경험을 했고요. 사실은 많이 아쉬워요. ‘선산’ 속 부족한 부분이 제 눈엔 많이 보였거든요. 등장부터 그랬어요. 좋은 평가에도 민망스럽고, 마음 한켠이 답답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벌써 데뷔 30년차가 된 김현주. “말도 안 된다, 벌써...”라며 깜짝 놀란다.

그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잊고 지내온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 두려움은 늘 있지만 해온 것에 대한 후회나 특별한 소회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주로 즉흥적으로 선택하고, 한 작품 한 작품에 집중해오다 보니 이렇게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앞으로도 눈 앞에 주어진 것에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재밌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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