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민주당의 비례제 줄타기
최근엔 권역별비례제 만지작
그만 뜸들이고 양단간 선택을
22대 총선 비례제 방식을 두고 민주당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과 병립형 회귀 사이에서 줄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재봐야 할 변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비례제 선택지는 두 개다. 준연동형과 병립형인데 그 하나를 고르면 그만이다. 병립형을 수용한다면 그것으로 상황종료다. 여당이 요구하는 방안이라 선거법을 고치는 데 걸림돌이 없다. 대신 민주당은 명분을 잃을지 모른다. 진보 진영의 정파들도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고 싶어도 최종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다. 21대 총선 직전에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주역이 바로 민주당이다. 그래 놓고 병립형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꼴이다. '준연동형의 강'이다.
어쨌든 민주당 의중은 준연동형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굳이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덤이다. 또 조급해 보이지 않는 데다 다른 대안이 무르익지 않는 이상, 준연동형으로 이번 총선도 치르는 상황이 예측되는 게 사실이다. 현실은 그러하지만 민주당도 속으로는 준연동형이 썩 내키지는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준연동형은 입법 취지와는 달리 비례위성정당을 난립게 하는 토양을 제공한다. 제도 설계의 결함에 해당하고 한편으로는 표의 등가성을 왜곡하는 측면도 있다. 비례의석 47개중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의석은 30개다. 이들 의석은 지역구 당선자수와 연동해 정당득표율 만큼 의석을 보전해 주는 게 골자다. 그것도 준연동형이라 해서 산출된 의석의 50%만 할당한다. 나머지 17개 의석은 예전처럼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한다. 같은 정당투표임에도 준연동형 한 표 가치와 병립형 한 표 가치가 충돌하는 불합리가 연출된다. 동일선거 동일 비례 투표에서 이게 용인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21대 총선 때는 대박을 쳤지만 지금은 아니다, 준연동형을 상수로 놓을 때 민주당의 신경을 건드리는 실질 변수 등과 맞물려 있는 까닭이다. 제3 지대에서 군웅할거하는 군소 정파의 전개 양상이 그런 경우다. 준연동형 의석 30개는 이들의 주된 공략 전장이다. 세력을 합치든 각개약진하든 대강 두 자리 수 언저리의 정당득표율을 얻으면 준연동형 효과를 온전히 누리면서 의석을 획득한다. 수혜 정당이 두어 곳 나오면 지난 총선 때처럼 못 보던 정당들의 원내 진입이 성사된다. 이에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해 대응에 나서겠지만 4년 전과 정치 역학 구도가 변했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 플랫폼이 그때만큼 힘을 쓰기가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비례의석을 차지하는 환경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병립형을 외면하면서도 준연동형에 대해 확신을 갖기 까다로운 것도 그래서다. 준연동형을 택해도 명분이 예전 같지 않고 실리도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일각에서는 병립형 의석과 준연동형 의석을 반반씩 나누는 아이디어도 제시되고 있다. 준연동형 의석을 줄임으로써 소수정당 파이를 누르려는 의도로 읽히는 지점이다. 소구력이 떨어질 듯하고 즉흥적 발상으로 비친다. 제도권 정파들도 받을 리 만무하다.
와중에 민주당의 비례제 탐색 경로가 또 바뀌고 있다. 최근 병립형에 다시 시선을 두는 가운데 권역별 비례제를 선택지로 여기면서 결국 돌고 돌아 병립형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국을 서너 개 권역으로 나눈 후 인구수만큼 비례의석을 놓고 경쟁한다는 게 색다를 뿐이다.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민주당이다. 어느 것도 여의치 않은 데 따른 사정을 엿보게 한다. 거대 야당이 너무 뜸을 들여 피로감이 크다. 양단간에 결정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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