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사회에서 죽지 않고 살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에 관하여

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2024. 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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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이 마약 혐의에 관한 수사 중에 명을 달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떤 경찰관은 인터넷 게시판에 "죽음에 동정하지 않겠다.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라는 글을 게시했는데, 절차가 준수됐는지에 관한 의문은 뒤로 해두더라도, '절차만' 지켜진다면 곧바로 국민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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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유명 연예인이 마약 혐의에 관한 수사 중에 명을 달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떤 경찰관은 인터넷 게시판에 "죽음에 동정하지 않겠다.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라는 글을 게시했는데, 절차가 준수됐는지에 관한 의문은 뒤로 해두더라도, '절차만' 지켜진다면 곧바로 국민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자주 들어서 당연히 보장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침해받고 있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작용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서 피의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우선 정한 후에, 예외적으로만 일정한 수준까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일단 범죄의 혐의가 증거에 의해 뚜렷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피의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국민'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무죄 상태의 국민'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들을 법제화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피의자에 관한 신상공개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의 경우 등'에 한해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수사기관이 행하는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피의자가 추후 무죄로 인정되든, 유죄로 판단되든 간에 다시 사회에 적응해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형사정책적 목적과 함께 피의자의 가족들에게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해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까지 또 다른 방면에서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의 아들이 2013년 11월 29일 11시 30쯤 국내의 한 모텔에서 17세의 어린 나이에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던 만큼,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됨으로 인해 범죄의 발생에 기여한 바가 없는 가족들이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도 배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사기관이 일단 피의자의 혐의를 세상에 공개하고 나면, 수사기관 스스로도 피의자를 유죄로 몰아가고자 하는 선입견에 빠져들 수밖에 없으므로 피의사실에 관한 공표를 막을 필요성이 크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리는 공존하는 것이지 대립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피의자에 대해서 대중이 돌을 던져주기를 바라는 마음 내지는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싶은 대중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 외에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진정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는 것인가. 추후 무죄로 판단됐을 때 피의자의 권리는 어떤 방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가. 언론 공개 형태의 신상정보 공개는 일단 공개될 경우 수정·삭제 등의 방법으로 돌이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치국가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피의자가 '무죄'라서가 아니라, 침해되는 것을 가볍게 여기고 용인하는 순간, 다시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당연히 침해되기 마련인 권리를 온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 절차를 준수했다는 변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질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된 절차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망가뜨리는 행위는 힘이 들지 않지만, 망가진 것을 되살리고 보호하는 일에는 너무나도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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