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닷컴통신]“나는 아시아리그 최고의 수비수” 승리를 부르는 맥스웰의 자신감
지난해 8월 윌리엄존스컵에 출전하는 안양 정관장이 대회 기간만 함께하기 위한 2명의 외인을 영입했을 때 각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의 반응이었다. 특히 듀본 맥스웰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맥스웰은 KBL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리그에서 거의 뛰지 않았다. 그는 멕시코, 캐나다, 아르헨티나, 프랑스 3부리그 등에서 경력을 이어왔다. 2023년 필리핀(PBA) 가버너스컵에서 피닉스 푸얼 마스터스 소속으로 12경기를 뛰면서 평균 22.4점 12.3리바운드 4.3어시스트 1.6스틸 2.9블록슛으로 다방면에 걸친 활약을 펼쳐 소수의 관계자들만 체크하는 정도였다. 그마저도 가버너스컵은 200cm 이하로 신장 제한을 두는 대회여서 키에 예민한 국내 구단 감독들은 맥스웰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위권 팀에서 19승13패!
불과 5개월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맥스웰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마리 스펠맨의 일시대체 선수로 다시 정관장과 인연을 맺은 뒤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KBL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는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32경기에서 평균 8.8점 4.0리바운드 1.2어시스트 1.3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기록만 보면 전형적인 2옵션 외인의 수치다.
그러나 내실이 있다. 그가 가는 팀마다 승률에 변화가 생긴다. 정관장은 맥스웰이 뛴 기간동안 13경기에서 9승 4패, 한국가스공사는 19경기에서 10승(9패)을 거뒀다. 맥스웰은 두 팀에서 19승 13패를 했다. 정관장과 가스공사가 모두 하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승수다. 19승 13패면 4위 창원 LG(20승 13패) 바로 아래다. 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맥스웰이 수비에서 좋은 영향을 준다. 거기에 영향을 받아 앤드류(니콜슨)까지 수비를 열심히 한다. 영입할 때 고민을 했는데 잘 데려온 것 같다”며 웃었다.
어느 하나 관심 받지 못한 채 외면받던 선수에서 모든 팀이 2옵션으로 원하는 선수가 된 맥스웰,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한국에 나타난건가? 프랑스 3부에서 뛰다니...
A. 하하. 한국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꽤 들었다. 그런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를 않더라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정관장에서 기회를 줬어. 팀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했을 뿐이야. 기회를 준 정관장과 가스공사 구단에 고맙게 생각해.
A. 물론이지. 내가 아시아리그 최고의 수비수라고 생각해. 스스로 자부하고 있고 그만큼 수비에 자신이 있어.
Q. 필리핀에서는 공격도 꽤 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A. 공격도 자신있지. 다만 우리 팀 공격의 중심은 앤드류야. 내 역할은 수비에서 기여하는 것이지. 둘의 조화가 잘 맞고 있다고 생각해. 물론, 팀에서 내게 공격이 필요하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어.
Q. 정관장과 가스공사는 하위권이지만, 네가 있는 동안은 성적이 아주 좋아. 대체 어떤 에너지를 가져다 준건가?
A. 하하. 비밀이야. 내가 두 팀에게 행운의 부적이라고 할 수 있지. 사실 가스공사는 와서 뛰어보니 공격이 괜찮은 팀이야. 앤드류라는 좋은 스코어러가 있고 슛을 던질 수 있는 롤 플레이어들이 있어. 다만 수비에서 기폭제가 될만한 요소가 필요했던 것 같아. 마침 내가 그 불꽃을 튀기게 했다고 할까. 내가 수비에서의 에너지를 불어넣으면서 우리 팀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Q. 2옵션은 아무래도 출전시간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어. 그래도 선수라면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A. 나는 2명 중에 1명만 출전하는 리그에서 뛰어본 적이 없어. 그래서 1, 2옵션이 구분된 상황을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어. 네 말대로 선수라면 누구나 많이 뛰길 원해. 하지만 앤드류도 정관장에 있었던 대릴 먼로도 리더십이 정말 좋은 선수들이었어. 둘 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하고 조언을 해줬어. 앤드류와 나는 서로 존중하고 있어. 우리 팀의 중심은 앤드류야. 출전시간을 나눠 뛰고 있지만 팀에서 원하는 조력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A. 한국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 계속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길 원해. 연말에 가족들이 왔었는데 여태 내가 뛰었던 곳 중에 가장 좋다고 하더라고. 하하. 구단에서도 가족들을 너무 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내게 계속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 한국에서 뛰다가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야. 한국 팬들, 사랑합니다.
#사진=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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