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다시 출혈 경쟁…'대중화 주도' 치열한 기싸움
수익성 악화 '경고'에도…"대중화 온다, 살아남아야"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제조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하하거나 재고 물량 조절에 나서는 등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가격 경쟁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가격 경쟁이 시장의 대중화로 이어질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최근의 시장 위축이 이른바 '캐즘 효과'로 인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어서다.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정체기라는 의미다. 과연 이런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 침체 지속…할인하고 재고 물량 조절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먼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BYD는 최근 독일에서 아토3 등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그러자 BYD를 뒤쫓 테슬라 역시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올해 초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와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격을 각각 5.9%, 2.8% 인하했고, 최근에는 독일에서 판매하는 모델Y 롱레인지, 모델Y 퍼포먼스 가격도 각각 9.0%, 8.1% 내렸다.
현대차 역시 이달 미국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일부 차종에 한해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도 2023·2024년형 EV6와 니로 EV를 구매하는 개인 소비자에게 모델별로 3000~7500달러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재고 물량 조절에 나서는 업체들도 있다. 포드의 경우 최근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계획을 매주 3200대에서 절반 수준인 1600대로 축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상반기까지 4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전기 픽업트럭 등 일부 공장 가동 시점을 연기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자체 할인에 나서거나 생산을 줄이는 생존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7.1%에서 2022년 65.2%, 2023년 26%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 올해도 23.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는 총 15만 7823대 팔렸다. 전년 대비 0.1%가량 감소한 수치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수익성 악화 '경고'에도…'대중화 주도' 기 싸움
전기차 업체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현실적인 비용 수준을 무시한 채 살인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격 할인 경쟁은 결국 전기차 업계에 피바람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 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기존의 점유율을 지키거나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자칫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업체들은 이런 시장 위축이 이른바 '캐즘'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도 있다. 캐즘이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의미한다. 결국 이런 침체기를 버틴 업체들이 향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거라는 전망이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산업연구실장은 최근 진행된 ‘자동차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전기차 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가격 인하와 저가형 모델 출시 확대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관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나타난 가격 경쟁은 재고 증가에 의한 일시적인 경쟁이라기보다는 누가 대중화를 주도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의 단초"라며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자동차기술융합원장은 "지금은 전기차 시장이 진통을 겪고 있는 시기이지만 업체들의 가격 인하나 저가 모델 출시 등으로 점차 시장이 대중화 해 결국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완성체 업체나 부품 업체는 물론 정부도 이런 전환에 맞춰 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고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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