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100만원, 살 빼드립니다"… 130조 비만치료제 시장

김선 기자 2024. 1. 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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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비만약에서 금 캔다] ①체중감소 효과 8~21% 'GLP-1' 주목

[편집자주]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비만'에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신약 위고비의 성공사례를 지켜보면서다. 위고비 하나가 덴마크 국가 경제를 이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만 신약 개발에 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국내 기업도 뛰어들었다. 현 시장을 주도하는 GLP-1 계열 약물에서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더 커지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들여다봤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2030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글 쓰는 순서
①"1년 2100만원, 살 빼드립니다"… 130조 비만치료제 시장
②위고비에 올라탄 노보노디스크… 5년 새 주가 363%↑
③"요요에 평생 비만약 못 끊을 수도"… 부작용 조사 나선 FDA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비만치료제가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2030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1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삭센다(성분명 세마글루티드)에서 비롯했다.

삭센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드-1) 수용체의 대표적 약물로 손꼽힌다. 임상시험에서 삭센다를 복용한 성인 3384명 중 92%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5%와 1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환자 비율도 각각 63%와 33%에 달했다.

삭센다의 2022년 기준 글로벌 매출 규모는 높은 인기를 실감하듯 약 2조원에 육박했다. GLP-1에 주목한 후발 주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삭센다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노보노디스크는 편리성과 효과 등을 높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출시했다. 이어 일라이릴리도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후발 주자들에 인기도 성공적이다. 위고비에 이어 젭바운드는 삭센다 대비 투약 횟수를 줄이고 효과는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삭센다 경우 매일 투약해야 하지만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약으로 줄였다. 체중 감량 효과도 평균 8%의 삭센다 대비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각각 17%와 21%를 기록했다. 현재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 등이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도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인기를 끌고 있는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는 연간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2100만원까지의 비용이 발생한다. 유일하게 한국에서 허가를 받고 2018년 출시된 삭센다의 경우 1회 비용이 7만~13만원 정도 발생해 연간 평균 약 300만원 비용이 든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투여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체중 감량 효과를 2배 이상 올렸다는 점에서 가격이 5배 이상으로 높다.

삭센다 다음으로 가격이 높은 젭바운드의 한 달 비용은 약 139만원 정도로 연간 1700만원이다. 위고비의 1회 비용은 15만~30만원 정도로 연간 약 2100만원이 발생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위고비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젭바운드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등이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경을 넘어선 비만치료제 개발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수합병(M&A)과 라이선스인(L/I) 등의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노보노디스크는 6700억원에 덴마크 기업 엠바크 바이오텍과 1조4000억원에 캐나다 기업 인버사고파마를 인수했다. 일라이릴리는 2조5000억원 규모에 미국 기업 버사니스 바이오를 사들였다.

로슈는 미국 카못테라퓨틱스를 약 4조원에 인수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ECC5004'를 약 2조6000억원 규모에 도입했다. 가장 최근에는 MSD도 참전했다. 골드만삭스 그룹 컨퍼러스에서 데이비스 MSD 최고경영자가 "체중 감량과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MSD에 이어 암젠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손을 뻗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손을 뻗으며 LG화학과 손을 잡았다.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희귀비만치료제 'LB54640'을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수출한 것이다. 계약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한국 내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유한양행 등이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인 미국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와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라파스와 손을 잡아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DW-1022' 개발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비만치료제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한국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며 임상 3상에 진입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비만치료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JPMHC에서도 이어진 스포트라이트


전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투자 행사로 손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도 비만치료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JPMHC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벤처·헬스케어 투자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개발(R&D)·투자유치·파트너십 등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다. 지난 8~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GLP-1을 중심으로 한 비만치료제 혹은 차별화된 기술에 대한 논의들이 이어졌다.

화이자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며 인수와 라이선스를 위한 초기 투자금액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씨젠 인수에 따른 부채 감소를 위해 초기 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MSD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한미약품과 개발하는 듀얼어고니스트 NASH 치료제를 언급했다. 간 지방을 70% 감소시키는 GLP-1/GCG 이중작용제로 10~12% 체중 감소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인수와 기술도입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3월 IR 행사에서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노바티스도 비만치료제 연구계획을 밝히며 GLP-1의 차세대 기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JPMHC에는 다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참여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임상 현황을 공개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게 비만치료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약품은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유사체)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국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장기 지속형 GLP-1 제제로 개발 중이다. 2026년에 임상을 마치고 이듬해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동아에스티도 JPMHC에서 DA-1726에 대한 임상 현황을 공개하며 기술이전 기회를 노렸다. 최근 FDA에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 외에 펩트론과 올릭스 등이 비만치료제 임상 현황을 공개했다.

김선 기자 sun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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