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치의학산업을 쇼트트랙처럼

송길호 2024. 1. 2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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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장
강원도에서는 한파 속에서 청소년 동계올림픽이 진행중이다. 청소년 대회임을 감안해도 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1990년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산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4분의3을 우리나라가 수확했으니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존재감이 없던 우리나라가 이러한 반전을 일으킨 동력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체형이 쇼트트랙에 특별히 유리하다거나, 여러 아전인수식 해석이 있지만 초기 이런 종목이 신설된다는 정보에 따라 정책적으로 육성한 것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이에 부응해 초기 선수들이 많은 수의 메달로 좋은 성적을 내며 후배 선수 육성을 위한 체계가 잡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시선을 돌려보자. 세상이 변해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건강을 위한 바이오헬스 산업은 존재할 것이다. 또한 고령화사회 추세에 따라 전세계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의술의 우수성은 이미 알려져 있으나 산업적 측면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고가 장비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생산시장보다는 소비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산업적으로도 매우 선전하고 있는 분야가 치의학분야이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액의 상위 1,2위를 임플란트 관련 상품이 차지하고 있고 치과 영상장비, 스캐너 등 고가 장비를 포함해 매년 약 20∼30%씩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성장세라 할 수 있다.

이 분야 기업들의 내면을 보면 성장의 메커니즘이 보인다. 첫째, 치과진료실은 고가의 정밀 장비 설치가 필수적인데 기업은 우리나라의 앞선 IT기술을 이용해 상당부분 국산화를 통한 상품으로 구현했다. 실제 3D 프린팅, 인공지능 등 최신의 기술이 이미 치과장비에 녹아들어 있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기업의 대표는 본인이 대학에서 R&D를 경험하고 임상기술을 습득한 치과의사인 경우가 많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기업가가 치과계에는 다수 존재하는 셈이다. 셋째,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로, 발달된 의술을 가진 국내 의료진이 단순히 상품을 개발과 생산을 주도할 뿐 아니라 임상 적용에 대한 교육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교육 활동은 치과분야에서 독특한 것인데, 치과진료가 장비의 적용을 통해 이뤄지므로 대중매체를 통한 일반 상품의 광고에 비해 의료기기의 소비자를 설득하고 구매하게 만드는데 큰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치과의사는 이미 국내외에서 이러한 의료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치의학 분야에서의 의료진 교육이란 새로운 상품을 접하지 못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의사를 포함하며 장비나 재료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치의학에 관련된 정부의 R&D 예산은 전체 보건의료 R&D예산의 약 2%선에 머물러 있다. 전체 의료기기 생산액의 20%를 담당하는 것에 비한다면 관심이 매우 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재정 투입에 비해 치과의사과학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미미하다. 의료진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담당 부서조차 없다. 최근 물밀듯이 쏟아지는 각종 의료기기에 대한 세계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나마 국회에서 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위한 법안이 지난해 12월 통과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이 분야 육성에 대한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치의학 산업의 성장 메커니즘에 맞춰 국가적 관심사가 맞춤형으로 진행된다면 바이오헬스계의 쇼트트랙과 같은 효자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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