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km 퍼펙트 괴물, 이러다 진짜 '자비캠프' 치르나? 日 국대 출신 "유연한 사고 해줬으면" 묵직한 한마디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판 '김강민 사태'가 끝난 이후 현재 일본 야구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사사키 로키(치바롯데 마린스)다. 이유는 스프링캠프를 앞둔 가운데 아직까지도 연봉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부터 150km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는 지난 2019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치바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4개 구단이 사사키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치바롯데가 '제비뽑기'의 행운 속에서 사사키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사사키는 당시 '특급 유망주'로 불렸던 만큼 치바롯데의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사사키는 데뷔 첫 시즌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워낙 빠른 볼을 뿌리는 투수인 만큼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2021시즌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의 성적을 거두며, 치바롯데는 물론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사사키의 재능이 본격 폭발한 것은 2022시즌이었다. 특히 사사키는 시즌 초반 전 세계 야구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데,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인 13타자 연속 탈삼진을 솎아냈다. 그리고 다음 등판에서도 8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저력을 선보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시즌 20경기에 등판해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의 성적을 거뒀고, 그 기세를 바탕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양대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0탈삼진의 고지를 밟는 등 시즌 초반부터 '압권'의 성적을 거둬나갔으나, 손가락 물집과 내복사근 파열 등으로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7승 4패 평균자책점 1.78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일본의 경우 프로 입단 1년차 때부터 구단의 허락만 떨어진다면 언제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데, 사사키는 지난해 12월 10일 구단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빅리그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포스팅 시스템 마감을 불과 5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런데 치바롯데가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이번 겨울 사사키의 빅리그 진출은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치바롯데가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 중에는 '포스팅 수수료'가 있다. 25세 미만의 선수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분류되는 만큼 포스팅 수수료가 크지 않다. 국제 아마추어 계약의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사키가 25세 이상이었다면, 계약 규모에 따라 엄청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치바롯데 입장에서는 사사키의 도전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특히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 이구치 타다히토 전 감독 또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이구치 감독은 "WBC 우승도 하고,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되면서 본인도 가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사키는 1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야 한다. 아직까지 사사키는 한 번도 풀타임을 던진 경험이 없다. 구단을 납득시킬 성적도 남기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현재 사사키와 치바롯데는 갈등을 빚고 있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후 연봉 협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던 사사키는 해를 넘긴 시점에서도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다. 특히 치바롯데는 이달 말부터 2024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는데, 캠프가 시작될 때까지 연봉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에는 혼자서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구단의 시설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용의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사사키가 구단과 연봉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만세 수비'를 펼치며 국내 야구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리게 된 G.G 사토가 사사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G.G 사토 또한 현역 시절 연봉 문제로 구단과 수차례 마찰을 일으켰다. 특히 2007년 오프시즌에는 무려 9차례나 연봉협상을 보류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자비를 들여 혼자서 시즌을 준비하기도 했다.
G.G 사토는 24일 SNS를 통해 "사사키가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며 "나 때문에 자비 캠프는 이미지가 좋지 않다. 싸움을 하고 있던 당시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고집하지 않았어도 된다는 생각이지만, 당시에는 나의 정의를 굽힐 수가 없었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사키에게 임팩트 있는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G.G 사토는 "잘 휘는 변화구처럼 유연한 사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사키와 치바롯데의 협상 진행 상황은 알 수가 없다. 지난 22일 코우사카 슌스케 치바롯데 사장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사사키와 연봉 협상 상황에 대한 질문에 "개개인 선수에 대한 건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캠프가 시작되기 전 치바롯데와 사사키가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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