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생아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

이효정 2024. 1. 25. 0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에 맞춰 9억원짜리 아파트 구하기 힘들어요."

전세용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3억원 한도로 1.1~3%의 금리를 적용한다.

적어도 서울에선 신생아 특례대출로 한 가족이 지낼 웬만한 아파트 구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5억원 한도까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영끌'로 주택을 산다고 해도 문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자수첩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에 맞춰 9억원짜리 아파트 구하기 힘들어요."

최근 서울 직장을 다니며 만 2세 아이를 키우는 지인이 한 말이다. 오는 29일 출시하는 주택 구입용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사면 연 1.6~3.3%(5년간 지원)의 금리로 최대 30년간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지난달 기준 은행들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금리가 4~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저리다. 전세용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3억원 한도로 1.1~3%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날 기자와 지인은 대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본적으로 맞벌이든, 외벌이든 한 아이를 길러내는 육아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상품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출산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걱정이다. 9억원으로 수도권에서, 특히 서울에서 내 집 장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145만원이었다. 수도권으로 넓히면 6억6537만원, 전국 평균은 4억4953만원이다. 적어도 서울에선 신생아 특례대출로 한 가족이 지낼 웬만한 아파트 구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5억원 한도까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영끌'로 주택을 산다고 해도 문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차주가 최대 30년 동안 최저 금리 1.6%(원리금 균등 상환)로 상환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매월 174만9695원을 갚아야 한다. 이마저도 1.6%는 5년간만 특례 지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빚이 많으면 삶의 질은 떨어지는 법이다.

절대적인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신생아 특례대출이 저출산 극복의 구원투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직 뚜껑도 안 열어 본 상태에서 섣부른 비판이란 지적도 있기는 하다. 신생아 특례대출로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신생아 특례대출로 그간 숨어있던 수요가 늘어 가계대출을 자극해도 이 또한 문제다.

지난해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추락하던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한 원흉 중 하나였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처럼 가계대출을 늘리고, 다시 집값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게 젊은 층을 도와주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저출산 대책이 아니다. 탁상행정이다. 정부가 매번 반복하는 '빚내서 집 사란 대책'이 아닌, 집값 안정부터 꾀해주길 기대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