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이 볼 때 공정해야”…‘디올백 의혹’ 쏙 빼고?

손현수 기자 2024. 1. 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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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 근무 시절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검찰을 떠날 때,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을 이끌기까지, 줄곧 '공정'과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함)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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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손현수의 보이수톡
줄곧 ‘공정’ 앞세운 한동훈의 적은 ‘과거의 자신’
2022년 9월13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짜리 ‘크리스챤 디올’ 파우치를 선물받는 모습. 사진 왼쪽 아래에 김 여사가 받은 파우치가 든 종이가방이 보인다. 서울의 소리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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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 근무 시절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검찰을 떠날 때,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을 이끌기까지, 줄곧 ‘공정’과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함)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한 위원장이 강조한 가치는, 지지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검사의 일은 ‘what it is’(실제) 못지않게 ‘what it looks’(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한 영역이다.”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당시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 사직 인사에서 ‘공정의 외관’을 강조하며)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뇌물을 받았으면 일단 걸리면 속으로든 안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안 그러면 걸리면 잠깐 빠져야 돼”
(2020년 2월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취록 중. 이 전 기자는 2020년 7월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한 위원장은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충남 서천 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그 이튿날인 24일, 갈등의 도화선이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기자들에게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논란을 다시 키우지 않으려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의 충돌 이후 그동안 ‘공정’과 ‘강강약약’의 가치를 강조해 온 한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는 다른 대처법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에 상관없이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해야 한다는 그 기준에 따라 일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약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게 현실 세계니까요. 그러다 공격받는 건 감수해야죠.”
“강자의 권력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뉴 노멀(new normal)이 되는 순간, 부패는 공사 모든 영역으로 좀비처럼 퍼져 나갈 겁니다.”
“검사 그만둘 때까지 지금까지처럼 살겠죠. 손해 보더라도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다짐은 늘 합니다”
(2021년 2월 조선일보 인터뷰)

“우리 이제 무기력 속에 안주하지 맙시다. 계산하고 몸사리지 맙시다. 국민들께서 합리적인 비판 하시면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반응하고 바꿉시다. (중략) ‘선민후사’해야 합니다. 분명히 다짐합시다.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입니다.”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사에서)

“공천은 두 가지다. 공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
(1일 신년 인사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김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한 최근 한 위원장의 어물쩡한 대처가, 그가 그동안 강조해 온 가치와 180도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한 위원장 본인의 과거 발언이 ‘김건희 리스크’를 만나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에게 기대를 건 ‘중도 외연 확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응이다.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은 본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말하고 싸워야 된다”며 “(과거) 발언들을 부정하는 순간 한 위원장이 갖고 있는 가치가 잘못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의 다른 의원은 “한 위원장은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비대위원장이 됐다”며 “국민들이 한 위원장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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