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주가 띄우려고 안간힘인데… 올해 들어 1兆 내다 판 연기금
양도세 완화에 금투세 폐지까지 연거푸 약속
그런데도 올해 들어 7% 추락한 코스피 지수
국민연금 등 연기금, 2020년부터 계속 순매도
올해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연기금이 약 1조원을 내다 팔며 갈 길 바쁜 코스피 지수를 붙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맏형 국민연금이 순매도 행진을 주도하는 것으로 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재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팔자’를 택해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뿌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 연기금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총 9449억원을 순매도했다. 새해 첫 개장일(2일)을 488억원 순매도로 시작한 연기금은 이후 19일까지 14거래일 연속 ‘팔자’ 기조를 유지했다. 22일(18억원)과 23일(624억원) 순매수로 잠깐 돌아섰던 연기금은 24일에 다시 61억원을 처분했다. 업종별로는 화학(2652억원), 유통(1396억원), 전기전자(1090억원), 철강금속(1031억원) 등을 주로 팔았다.
연기금의 ‘셀 코리아(sell Korea)’ 행보에 지수도 맥을 못 추고 있다. 2023년을 2655.28로 마무리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24일 종가 기준 2469.69로 7%가량 주저앉았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은 올해 6조8580억원어치를 내다 팔고 있다. 개인(4조4980억원)과 외국인(2조4360억원)이 ‘사자’로 대응하지만, 지수를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연기금은 사실상 국민연금이나 다름없다. 굴리는 돈만 1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3대 연기금 중 한 곳이어서다. 4대 공적연금인 사학연금(20조원)과 비교해도 국민연금 덩치는 사학연금의 50배에 달한다. 새해 연기금의 투자 방향성을 국민연금과 연결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주기적으로 자산군별 목표 투자 비중을 설정하는데, 국내 주식 비중을 해마다 줄이고 있다. 대신에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전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게 국민연금 전략이다. 2017년 20% 수준이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지난해 15.9%에 이어 올해 15.4%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 단계적 축소 방침을 감안해도 최근 국민연금의 순매도는 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작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3.2%다. 연말 증시 반등을 고려하면 현재 비중은 14%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목표 비중인 15.4%를 밑도는 수치다. 목표치를 초과한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은 새해 들어 국내 주식을 1조원이나 팔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자산별 비중 목표치를 기준으로 ±3%포인트(p)의 이탈을 허용한다. 기금운용역의 재량권을 존중하는 전술적 자산배분(TAA)까지 합치면 이탈 허용 범위는 ±5%p까지 확대된다.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보다 낮아졌을 때 국민연금이 곧장 순매도를 멈추거나 순매수로 돌아설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연기금의 ‘과한’ 순매도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연기금은 2020년 2조813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2021년(24조1440억원)과 2022년(2조7490억원), 지난해(2조9470억원)에도 ‘팔자’를 택했다. 조 단위 순매도의 여파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매년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해 의도적으로 언더웨이트(비중 축소)하는 경우는 있었다”며 “지금은 증시가 부진한데도 연기금이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더 힘들다”고 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와 12월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에 이어 올해 1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까지 3개월 연속 증시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이달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개장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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