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로 ‘4년째 상폐 위기’ 이큐셀, 인수한다고 나선 곳도 코스닥 문어발 그룹
휴림 도전 성공할지 주목... 왕성한 M&A 식욕 보이나 피인수기업 죄다 적자 행진
휴마시스와 웅진이 인수에 나섰다가 연거푸 무산된 코스닥 상장사 이큐셀 매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번 도전자는 코스닥시장에서 왕성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바 있는 휴림그룹이다. 휴림이 인수에 성공해 이큐셀 주식 거래가 재개될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휴림그룹의 부족한 자금 동원 역량 등을 고려하면 이큐셀을 잘 키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 이큐셀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나오는 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큐셀은 2022년 계열사 GE를 합병해 이차전지 물류 자동화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2.2% 늘어난 33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부진에 빠졌다. 작년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영업적자 16억원, 19억원을 기록했다.
이큐셀은 2020년 3월 감사범위제한 및 기업 존속 불확실성 사유로 거래 정지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2022년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난해엔 거래 재개되는가 싶었는데 5월 이화그룹 경영진 구속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시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거래 정지된 기간이 벌써 만 4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 CB·유상증자로 300억원 동원하는 휴림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큐셀은 지난 19일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휴림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휴림컨소시엄에는 로봇 전문업체 휴림로봇, 자동차 내외장재 기업 휴림에이텍, 소방설비 기업 파라텍 등 휴림그룹 기업이 속해있다. 향후 실사 결과에 따라 최종 매각 여부가 결정된다.
이큐셀 최대주주는 2020년 6월 이큐셀 주식 3000만주를 사들인 이화그룹 계열사 이아이디다. 현재 이아이디와 이화전기가 이큐셀 지분을 75.38%, 11.29%씩 갖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이큐셀 지분 51% 이상으로, 이아이디와 이화전기 지분 86.65%까지 매각 가능성이 있다.
이큐셀 입장에서 이번 지분 매각은 최대주주 변경을 통한 경영 투명성 강화를 입증할 기회다. 이화그룹도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큐셀 매각이 필요하다. 이달 29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이큐셀의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토대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큐셀 매각에 여러 기업이 참여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지난해 8월 진단키트 전문업체 휴마시스가 이큐셀의 적격입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내 흐지부지됐고, 11월엔 웅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다시 발표했다. 그러나 웅진도 실사 후 12월 7일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휴림컨소시엄이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되며 매각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휴림컨소시엄 소속 기업으론 휴림에이텍(32.03%), 파라텍(11.86%) 등이 있지만,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이들의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이다. 휴림로봇은 공시가 나온 19일 지주사인 휴림홀딩스를 상대로 총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함께 공시했다. 이큐셀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로 예상된다.
◇ 문어발 확장 휴림… 실적도 부진
휴림그룹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휴림처럼 코스닥시장에서 다수의 M&A를 진행했던 이화그룹이 끝내 이큐셀을 못 살린 상태에서 비슷한 M&A세력이 또 뛰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배회사 격인 휴림로봇은 최근 3년 사이 공격적인 지분 투자를 통해 상장사 3곳의 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 2021년 휴림로봇은 휴림인프라투자조합(지분율 63%)을 만들고, 135억원을 들여 파라텍 지분 12.15%를 취득했다. 2022년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디아크 지분 40.6%를 163억원에 인수한 뒤 회사명을 휴림에이텍으로 바꿨다. 휴림네트웍스도 2022년 사업다각화를 이유로 250억원을 들여 지분 15%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같은 이유로 20억원을 들여 제조기업 휴림케이에스디(지분율 100%)를 신설했다.
이미 외형 확장에 많은 돈을 쓴 상황에서 자금 조달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매각에 참여한다고 밝힌 휴림컨소시엄 소속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이큐셀의 추정 몸값인 800억~1000억원보다 적다. 컨소시엄 내 지분이 가장 큰 휴림에이텍의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작년 3분기 기준 30억원에 불과하다.그 외 계열사들과 휴림로봇이 공시한 CB와 유상증자 300억원을 합쳐도 700억원을 밑돈다. 단 공개되지 않은 컨소시엄 내 기업 중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다른 계열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휴림로봇의 영업 실적은 3년째 적자 행진이다. 2021년 영업 적자 30억원에서 2022년 75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진 휴림로봇은 작년에도 1~3분기에 각각 7억원, 13억원, 7억원의 적자를 냈다. 휴림에이텍은 작년 1분기 영업이익 11억원에서 2~3분기에는 이익이 각각 5억원, 6억원으로 줄었다. 파라텍은 작년 1~2분기까지 10억원, 49억원씩 영업 적자를 내다가 3분기 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4분기에 영업이익 44억원 이상을 내야 2021년부터 이어진 연간 적자 기조를 벗어날 수 있다.
휴림그룹 관계자는 “이큐셀 인수 규모와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내용에 대해 당장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자금운용 관련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휴림로봇의 회계감사를 맡은 이촌회계법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이촌회계법인은 “회사 재무제표에 유의적 영향을 미치는 자금운용, 투자활동 등의 승인 과정에서 거래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내부통제가 취약하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의 특수관계자 거래의 완전성을 확인하는 과정과 회사의 임원 선임, 권한과 책임 부여에 대한 내부통제가 부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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