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묻자, 곧바로 “오겐키데스카”
앱 설치 않고 영어·일어·베트남어 등 무리 없이 실시간 통·번역
1만자 기사 5문장으로 요약…윤곽 추출 등 사진 편집 기능도 눈길
우리말로 “잘 지내시죠?”라고 물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계 음성이 “오겐키데스카(お元氣ですか)”라는 일본어로 옮겨줬다. 실시간 통역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S24 울트라’로 오랜만에 지인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봤다. 그에게는 일본어로 답해달라고 부탁했다. 통화 상대방은 7년간 일본 회사에 다닌, 일본어에 능통한 이다.
그는 “僕は元氣ですよ(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대답했고, 이 역시 기계 음성이 한국어로 바꿔 읽어줬다. 최근에 이사한 근황에서부터 감기로 고생한 얘기까지 서로의 신변에 대한 대화가 큰 무리 없이 오갔다. 지인은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약간의 오역이 있긴 하나, 한국어는 꽤 명확히 일본어로 바꿔준다”고 평가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탑재했다. 네트워크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AI로 할 수 있는 많은 일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실시간 통역 기능을 가장 앞세워 홍보했다.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다. 문자메시지·카카오톡 등에서 상대 언어를 고른 뒤 한글로 하고 싶은 말을 적기만 하면 즉각 번역해준다.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현재 동남아시아 순회특파원으로 가 있는 동료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눠봤다. “오늘은 어떤 취재를 하느냐” “베트남 날씨는 어떠냐” 같은 문장을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도움 없이 ‘삼성 키보드’ 기본 앱에 담긴 기능만으로 간단히 번역할 수 있었다.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상황이 아닌, 외국인과 일대일로 마주치는 경우를 위한 ‘온디바이스 통역’ 기능도 꽤 쓸 만하다. 통역 기능을 활성화하고, 미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 결과를 설명하는 미국 영상뉴스를 틀어봤다. ‘polls’(투표)를 ‘polish’(폴란드인)로 잘못 알아듣는 등의 오류와 오역이 일부 눈에 띄긴 했다.
하지만 말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내용이 복잡하지 않다면, 여행지에서 주고받는 간단한 일상 대화 정도는 무리 없이 가능할 것 같았다.
생성형 사진편집 기능도 흥미로웠다. 경향신문 1층 카페를 찍은 사진에서, 구석에 놓인 곰인형을 향해 대충 동그라미를 그리니 알아서 윤곽선을 따줬다. 곰인형을 사진에서 지워버리고 ‘생성’ 버튼을 누르니 몇초 뒤 그 자리에 야자수 화분 사진을 알아서 채워넣었다. 화면에서 원을 그리거나 손가락으로 하이라이트 표시를 해 바로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클 투 서치’, 긴 텍스트를 요약해주는 ‘노트 어시스트’ 기능도 유용해 보였다.
AI 요약 기능은 ‘사료만으로 따져본 양규의 7전승 신화’라는 제목의 약 1만자에 달하는 긴 경향신문 기사를 단 다섯 문장으로 축약해줬다. 바쁘게 보고서나 논문을 읽어야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 AI’를 최신형 갤럭시 S24뿐 아니라 갤럭시 S23과 Z플립5·폴드5 등 일부 구형 모델에도 확대 적용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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