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주름 잡았던 삼성의 거포, 아무도 관심이 없다… 강제 은퇴 피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다린 러프(38)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 역수출 신화 중 하나로 뽑힌다. 한국에 와 오랜 기간 좋은 활약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과감하게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재도전해 실적을 내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러프는 필라델피아에서 상위 유망주 중 하나로 손꼽혔고,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6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기에는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고, 그때 러브콜을 한 KBO리그 삼성의 손을 잡았다. 러프는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팀의 확고한 4번 타자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타자 중 하나로 우뚝 서며 성공 신화를 써내렸다.
러프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KBO리그에서 뛰며 404경기에 나가 타율 0.313, 86홈런, 350타점이라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활약하며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복귀를 이뤘다. 풀타임 주전은 아니었으나 좌완 상대 플래툰 멤버로 리그가 주목하는 쏠쏠한 활약을 했다.
2020년과 2021년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러프는 2022년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뉴욕 메츠 유니폼을 입으며 절정을 찍었다. 당시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의 구단 인수 이후 우승을 위해 달리고 있었던 메츠는 좌완 상대 무기로 러프를 점찍고 유망주를 대거 내주는 승부수를 걸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트레이드는 러프의 내리막을 상징하는 변곡점이 됐다.
러프는 지나친 기대 탓인지 메츠에서 좀처럼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2022년 메츠 입단 후 28경기에서 타율 0.152에 그치며 처참한 하락세를 맛봤다. 기다릴 시간이 없었던 메츠는 2023년 시즌 초반 그를 양도선수지명(DFA)하며 사실상 방출했다. 러프는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밀워키를 거쳤으나 한 번 꺾인 그래프를 되살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부상까지 겹치며 20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24에 머물렀다.
러프는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만약 2020년이나 2021년과 같은 활약이었다면 다소 많은 나이를 감수하더라도 영입할 만한 팀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1년 반은 그렇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시즌 중반 이후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의 기량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조차 놓쳤다. 러프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이 이제 점차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스프링트레이닝 시작은 이제 20일도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한 베테랑 선수들은 더 쫓길 수밖에 없는데 러프도 그렇다. 어린 선수들이야 시간이 있지만, 한 번 잊힌 노장들은 다시 부름을 받기가 더 어렵다. 야속하게도 이적시장이 생각보다 더디게 흘러가면서 러프의 시간 자체도 좁아지고 있다. 당장 시장에는 내야 최대어라는 맷 채프먼, 외야 최대어라는 코디 벨린저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들이 빠져 나가야 그 다음 시장이 활성화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최지만도 비슷한 처지다.
현재 러프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받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재진출하던 2020년처럼 일단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좌완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지난해 부상은 어느 정도 털어냈다는 게 시즌 막판 마이너리그 경기 출전에서 잘 증명됐다. 비싼 선수도 아닌 만큼 구단으로서는 긁어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프링트레이닝 이전에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면 올 시즌 경력이 내내 울퉁불퉁해진다. 그 험난한 길은 38세의 선수의 현역 연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러프가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줄 최소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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