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연니버스’ 주인공 김현주, 이유있는 연상호 뮤즈 “소리지르는 강도까지 완급 조절” [SS인터뷰]

조은별 2024. 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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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8년차 중견배우 김현주는 최근 '연상호 감독의 뮤즈'로 불리곤 한다.

지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이어 故강수연과 함께 한 넷플릭스 영화 '정이'(2023), 그리고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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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의도한건 아닌데, 우연치 않게 연속해서 연상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하하”

데뷔 28년차 중견배우 김현주는 최근 ‘연상호 감독의 뮤즈’로 불리곤 한다. 지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이어 故강수연과 함께 한 넷플릭스 영화 ‘정이’(2023), 그리고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촬영을 마친 ‘지옥2’까지 합치면 4연속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을 일컫는 줄임말) 주인공인 셈이다.

“의도한건 아니었어요.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때 OCN ‘왓쳐’(2019)에 출연한 뒤 연상호 감독님의 섭외 전화를 받았죠. 그게 ‘지옥1’이었어요. 감독님과 제가 비슷한 연배다 보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던 시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어 얘기가 잘 통했어요. 게다가 아이디어도 많고 작품구상을 쉬지 않다보니 늘 제게 거절할 수 없는 작품 제안을 하세요. 배우 입장에서는 안해본 장르라 호기심이 생기니 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오컬트 장르인 ‘지옥’과 SF액션물인 ‘정이’와 달리 ‘선산’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김현주는 극 중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숙부의 사망으로 엉겁결에 선산을 상속받는 대학시간강사 윤서하를 연기했다.

이미 골프장이 들어서기로 결정돼 높은 값어치가 매겨진 선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던 남편 재석(박성훈 분)은 이혼을 거부하고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 분)은 자신도 선산 상속권리가 있다며 기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종국에 서하 주변 인물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한장면. 사진|넷플릭스


작품은 다르지만 같은 감독, 같은 배우인 만큼 매 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건 베테랑 배우인 김현주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현주는 ‘지옥’의 민혜진, ‘정이’의 윤정이와는 결이 다른 윤서현을 만들기 위해 감정이 폭발하는 단계를 하나하나 기록해 공포에 질리고 궁지에 몰린 서하를 완성했다.

“서하가 감정을 폭발하기까지 과정을 그리는 게 저한테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드라마의 각 ‘신’ 별로 사건 전후를 적어놨죠. 감정의 수위도 알아볼 수 있게 ‘별표’로 기록했어요. 별 하나면 좀 참고, 별이 두 개면 감정이 깊어지는 식으로요. 소리를 지를 때도 어떤 장면은 뒷문장 목소리를 낮추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한 호흡 참고 소리를 지르는 식이죠. 이걸 성공했을 때 배우로서 성취감이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배우들이 이런 노하우를 갖고 있을걸요?”

드라마는 후반부 윤서하의 부친과 얽힌 비밀이 공개되는 대반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 방송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근친상간’이 소재라는 점에서 파격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젊은 층에게는 좀비나 오컬트 소재로 사랑받았던 연상호 감독에게 실망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중장년층 이상 시청자들은 흔치 않은 소재를 흡입력있게 소화했다는 호평도 적지 않다.

“저도 처음 대본을 읽은 뒤 이게 한국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었어요. 시청자 분들 중에서는 감독님 특유의 오컬트 색깔에 대한 기대가 커서 왜 굳이 이런 소재를 썼는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알아요. 아마도 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어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시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힘들게 하고 불편한 강요를 세뇌당하는 것 아닌지 묻고 있죠. 극 중 서하가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가족이든 남이든’이라고 뱉는 대사가 핵심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의지가 되는 게 가족이기도 해요.”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선산’으로 2024년을 기분 좋게 출발한 김현주는 여전히 다양한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내 필모그래피는 내가 만든 게 아닌 시대의 반영”이라며 “제게 주어진 작품 중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고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20대, 30대 때는 멜로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왜 멜로물을 안 하고 장르물만 출연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해요. 저한테 그런 작품이 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죠.(웃음) 돌이켜보면 제가 쌓은 경력들은 그 시대 트렌드가 반영된 작품이 많았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만들어가다보면 제가 어떤 배우인지 알 수 있겠죠.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5년 전부터 배우고 있는 바이올린을 팬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작은 연주회도 열고 싶어요.”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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